홈즈가 보낸 편지 -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윤해환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뛰어난 반전의 추리물과는 다르다. 하지만 기발하고 신선하다. 내가 추리광이 된 것은 초등학교 때 아르센 뤼팡과 홈즈의 이야기 때문이다. 홈즈는 최고의 탐정이지만 아르센 뤼팡과 함께 등장하는 책에서는 항상 뤼팡에게 당하고만다. 어린 시절 나는 홈즈와 뤼팡을 쓴 작가가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홈즈보다는 뤼팡이 더 뛰어난 지략가이구나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렇게 추리물에 빠지고 난 후 여러 권의 책들을 읽어왔다. 특히나 로빈 쿡이나 시드니 셀던에게 빠져서 그들의 작품은 거의 다 본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 빠져 있다. 이 셋의 공통점은 독자를 몰입시키는 스토리의 힘이 있으며, 작가만의 스타일과 철학이 담겨 있으며,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추리 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을 보면 지루함을 쉽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아무래도 추리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니 작품의 스토리라인은 비슷한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추리소설들도 진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들이 각인되는 이유는 진부한 이야기를 또다시 풀어내고 있지만 그것을 작가만의 스타일로 다르게 변형시켜서 이야기한다는 점일 것이다. 거기다 추리 소설 매니아들이라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범인이나 결말에서 벗어날수록 독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느끼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경우 이전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추리소설을 쓰고 있다. 책의 처음부분에 범인을 밝히는가 하면, 힌트만 제공하고 독자가 직접 추리하여 범인을 찾도록 유도하는 책이 있기도 한다. 내가 히가시노에게 빠져있는 이유도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중에 나오는 모든 추리물들에서 보여주는 신선한 방식들이 긍정적인 결과만을 보장하지만은 않는다. 어찌보면 너무 억지스러운 전개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럴수록 초심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며, 추리물의 초심이라고 할 수 있는 코난 도일의 작품들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코난 도일의 작품은 몇 번을 읽어도 지루하지 않는 걸작 중에 걸작이다. 그래서인지 <홈즈가 보낸 편지>라는 제목을 봤을 때 기대 반 걱정반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유명한 홈즈의 이야기를 어떻게 자신의 책에 스며들게 만들지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우리나라 최초의 추리 소설가 김내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작가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주인공은 김내성이다. 그는 어린 시절 홈즈와 관련된, 정확히 말하자면 홈즈의 조수라고 주장하는 한 소년과의 만남을 통해 인생이 변하게 된다. 그때부터 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결국 추리 소설가가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큰 뼈대이다. 결국 김내성이 왜 추리 소설가가 되었을지에 대한 작가의 호기심으로 인해 인 책이 탄생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 코난 도일의 책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그의 책에 나오는 내용이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홈즈와 김내성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책인 것이다. 생각보다 홈즈의 이야기를 작품에 잘 스며들게 만들어서 놀라웠다. 하지만 김내성을 알리기 위해 쓴 작품이어서 그런지 김내성을 제외한 인물들의 매력이 부족했다. 그리고 홈즈가 보낸 편지가 책의 후반부에 조금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전체 내용을 아우를 수 있는 제목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아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신선하고 색다른 조합이긴 하였으나, 이 한편의 소설에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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