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우주의 탄생의 비밀을 알면 혹시 시간의 비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이 우주가 빅뱅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말하지만, 그렇다면 빅뱅은 어떻게 일어난 것인가. <시간의 역사>에서 스티븐 호킹이 말하길 빅뱅이 일어난 지 100초 후에 우주의 온도가 가장 뜨거운 별의 내부 온도인 10억 도로 낮아졌을 것이라고 한다. 10억도. 온도가 10억 도가 되면 어느 상태가 되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지만, 충분히 높은 온도에서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큰 운동에너지를 가지기 때문에 충돌 후에도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튕겨져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이론상으로야 10억 도라는 게 있을 수 있겠다만 하, 10억도라니. 그럼 100억 도에서는? 100억 도에서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에너지가 강한 핵력의 인력을 극복할 만큼 어쩌고 저쩌고...어쨌든 스티븐 호킹은 나에게 우주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온도가 10억 도, 100억 도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준 물리학자인데, <시간의 역사> 에서 특별했던 것은 마지막 장이었다. 왜냐하면 빅뱅이 일어난 이유를 추론하면서 유신론자들의 입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할 정도로 신적인 존재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었었기 때문. 그런데 이 물리학계의 수퍼스타께서 최근 새 저서에서 우주가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하셨다고.
<시간의 역사> 중에서 12장 p.200~203
이 책은 특히 중력을 지배하는 법칙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왜냐하면 중력은 힘의 네 가지 범주 중에서 가장 약함에도 불구하고 우주의 거시 규모 구조를 형성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중력법칙들은 우주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는 비교적 최근까지 믿어왔던 견해와 양립할 수 없었다. 중력이 항상 인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우주가 팽창하거나 수축해야 함을 의미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과거에 무한대의 밀도 상태, 즉 빅뱅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빅뱅은 사실상 시간의 출발점이었다. 마찬가지로 우주 전체가 재수축한다면, 우주의 미래에 또 하나의 무한대의 밀도 상태, 즉 빅크런치(big crunch)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시간의 끝이 될 것이다. 설사 우주 전체가 재수축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붕괴하여 블랙홀을 형성하는 국부영역들에는 특이점들이 존재할 것이다. 블랙홀로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그 특이점들이 시간의 끝이 될 것이다. 빅뱅을 비롯하여 그 밖의 특이점들에서 모든 법칙들은 무력해질 것이다. 따라서 신은 여전히 우주의 시작과 사건들의 발생을 선택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유를 가질 것이다.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합하면,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즉 시간과 공간이 함께 특이점이나 경계가 없는 유한한 4차원 공간을 형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그것이다. 그 공간은 차원이 더 많을 뿐, 지구의 표면과 유사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우주의 거시 규모의 균질성은 물론 은하계와 별, 심지어 인간과 같은 더 작은 규모에서 나타나는 비균질성과 같은 우주의 많은 관찰된 모습들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자기충족적이고 특이점과 경계가 없는 우주가 통일이론으로 완전하게 기술된다면, 그것은 창조자로서의 신의 역할과 관련해서 근본적인 의미를 가질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물었다. “우주를 창조할 때 신은 얼마나 많은 것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우주에 경계가 없다는 제안이 참이라면, 신은 초기 조건을 선택할 자유를 전혀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신은 우주가 따라야 할 법칙들을 선택할 자유를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상 그렇게 중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주의 법칙들을 탐구하고 신의 본질에 대해서 질문할 수 있는 인간처럼 복잡한 생명체의 존재를 허락하는, 끈이론과 같은 완전한 통일이론은 아마도 오직 하나이거나 소수일 것이다.
오직 하나의 통일이론이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그 이론은 규칙들과 방정식들의 집합일 뿐이다. 방정식들에 생기를 불어넣어 방정식들이 기술하는 우주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수학적 모형을 구성하는 통상적인 과학의 접근 방법으로는 그러한 모형이 기술하는 우주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우주가 굳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일이론은 자신의 존재를 관철시킬 만큼 강력한 이론일까? 혹은 통일이론은 창조자를 필요로 할까? 만일 그렇다면 창조자는 우주에 다른 영향도 미칠까? 그리고 창조자는 누가 창조했을까?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우주가 무엇인가를 기술하는 새로운 이론들을 발견하는 데에 몰두한 나머지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지 못했다. 다른 한편 왜 라고 묻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철학자들은 과학이론들의 발전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18세기에 철학자들은 과학을 포함한 인류의 모든 지식을 자신들의 연구분야라고 생각했고, 우주에 시작이 있었을까 하는 따위의 문제들을 논했다. 그러나 19세기와 20세기에 과학은 극소수의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철학자들이나 그 밖의 모든 사람들에게 너무나 전문적이고 수학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철학자들은 연구 영역을 크게 줄였다.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철학에 남겨진 유일한 과제는 언어분석이다.” 그들의 연구 분야는 이 정도로 축소되었던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칸트에 이르는 위대한 철학의 전통을 생각하면, 이 얼마나 치명적인 몰락인가!
그러나 우리가 완전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머지않아 모든 사람들이 그 이론의 대략적인 원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철학자들과 과학자들과 일반인들 모두가 우리와 우주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토론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일 우리가 그 질문에 답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인간 지성의 승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