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南天)과 남천(南天)사이
여름이 와서
붕어가 알을 깐다
남천(南天)은 막 지고
내년 봄까지
눈이 아마 두 번은
내릴 거야 내릴 거야
- 김춘수
시인이 남천을 정원에 심어두었던 것일까. 남쪽 하늘, 붕어, 봄, 눈....계절의 어김없는 순환을 노래하는 시인의 저 탁월한 언어 감각이 시와는 무관한 삶을 살아가는 세속의 장삼이사에게 우주와 공명할 기회를 부여한다. 남쪽 하늘이라는 이름을 지닌, 꽃집 앞에 서 있는 남천을 오다 가다 본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이 어떤지를 잠깐 생각했다. 늙수그레한 집주인은 내가 남천을 안 사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관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약간은 냉담한, 그러나 적대적이지 않는 무관심.
이 추위에 서 있는 붉게 타오르는 남천과 저 남쪽 하늘 사이.
남천과 남천 사이. 그 아득한 간극. 그 사이 사이에서 나는 쉽게 절망하지 않는, 어떤 식을 줄 모르는 생명의 붉은 기운을 본 듯하다고, 남천의 이파리에 깃든 생명의 기운에 놀라 그만 걸음을 멈추고 말았노라고, 내 조금만 관심을 포장해서 말하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