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텅 비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한 1분 동안 해보자 했다. 아무 생각없이, (아무 생각없이, 하는 이런 생각조차 싹둑 자르고) 있고 싶은 게 잘 안 되는 것을 자각함과 동시에, (수행자가 아닌  주제에 잘 될 리가 있나) 무념의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고행했던 구도자들의 삶이 갑자기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내 속물 근성이 뿜어내는 악취의 고약함을 망각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되풀이하는 의식행사.

진정성이 결여된 같잖은 자아반성이나,  

자학근성으로 인한 부자연스러운 자기 헐뜯기는 이만 생략.

구도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을 사는 것인가.  

도를 터득하는 목적에 집착한다면, 그 또한 자유로움에서 이탈한 것이리라.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중 '정결한 여신'을 듣다.   

소프라노의 이름은 안젤라 게오르규. 얼굴도 화려하고 고음에서의 음정 처리도 안정감 있고, 노래 실력은 최상급 표현을 써주어도 무방하다. 아무리 그래도 노르마하면 마리아 칼라스. 마리아 칼라스와 안젤라 게오르규. 누구를 선호하느냐 하는 것은 취향의 차이. 

마리아 칼라스의 귀기 어린 발성과 동화 속에 나오는 중세의 마녀처럼 보이는 매부리코로 인한 강한 개성. 숨만 쉬고 있어도 연기가 되는 범절할 수 없는 카리스마, 드라마틱한 표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안젤라 게오르규의 노르마는 고혹적이고 섬세하다. 기품있는 미성으로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견디어 내는 여인의 체념과 한을 노래한다. 

순결한 달의 여신이 노르마의 절규를 측은하게 여긴 것일까. 노르마를 배신했던 남자, 폴리오네는 죽음을 선택하고 노르마는 죽어서야 비로소 절대적인 안식과 평화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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