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갈 일이 있었다. 

병원에 걸려 있는 그림들의 공통점.

빛을 지향한다는 것.

영업을 위한 전략적인 마케팅. 이른바 고도로 계산된 예술 마케팅. 물론 병원측에서는 아픈 환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라고 미화해서 포장하겠지. 이 정도의 위선은 권장사항이다.

음울하고 어두운 색채를 가진 그림들이 있다면 추상화 정도.

삶의 진부함과 상투성을 벗기는 빛의 힘.

추악함을 발가벗기며 진실을 드러내는 빛의 파괴력. 

생성과 소멸을 관장하는 절대자로서의 빛.

이 미친듯이 경쟁하는 우울한 세상에서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이, 이 지상에 존재한다면, 그 마을의 정경은 어떠한 모습일까. 

영화 밀양의 마지막에 빛이 나올 때에, 그 장면에서의 빛은 이 세계를 바라보는,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이창동 감독의 확고한 의지를 짐작할 수 있는 상징처럼 보였었다. 상처받은 자에게 쏟아지던 햇빛. 땅으로 땅으로 내려오던 빛의 장엄한 행렬. 그 어떤 고통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잔인한 전언.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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