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쬐야 하니 비켜 달라.
알렉산더가 디오게네스에게 필요한 것을 주겠다고 했을 때. 디오게네스가 한 말.
권력자에게 굴욕을 안기는 당당함, 세속적인 가치에 구차하게 연연해하지 않는 초연한 태도. 디오게네스는 신분은 미천했으나 자신 자신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아는 인간이었다.
최근에 읽은 자존심을 주제로 한 책에서도 자기에의 배려라는 차원에서 디오게네스의 존재 미학이 인용되었었지.
그런데 왜 체홉이 생각났을까.
단편의 배경은 정신병동. 정신병동 안에서는 구타와 모욕, 폭력, 온갖 야비한 일들이 벌어진다. 가난의 곤궁함과 이유없이 가해지는 폭력에 희생된 적도 없이 무난하게 살아온 한 의사가 광인에게 디오게네스에 대해 언급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좋거나 나쁘거나 한 원인을 자기 밖에서 구한다고, 서재가 어떻고 차가 어떻고 따진다며, 사유할 줄 아는 사람은 모든 원인을 자기 내부에서 구한다고. 광인은 디오게네스야 기후가 따뜻한 곳에 살고 있었으니 집걱정 할 필요가 없는 거라고, 러시아에 오면 추위 때문에 괴로울 거라고 받아친다.
스토아 학설은 학설을 탐닉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범한 사람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조차 못한다며, 대부분 사람들은 부와 쾌적한 생활과, 고통과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굶주림, 모욕, 죽음, 상실, 추위에 대해 공포를 갖는다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자존심을 지킬 수 없는 비참한 상황. 인간성을 말살하고 유린하는 비열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판치는 공간에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지 못해 좌절하는 사람들의 비극적인 삶. 보상도 없고 구원도 없는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