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동물원 - 꿈을 찾는 이들에게 보내는 희망과 위안의 메세지
박민정 지음 / 해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강아지 한 마리도 키워본 적이 없다.  동물들에게 막연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으나, 그것이 열렬한 애정과 호감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니 언젠가 골목에서 길을 잃은 꾀죄죄한 강아지를 보고, 니 꼬락서니가 그게 뭐니, 하며 냉소적인 관심을 드러낸 적은 있었다. 강아지의 불결한 위생상태를 혐오해서 그랬던 것 같은데, 사실은 만만한 강아지를 상대로 내 안의 어떤 부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던 것.

으르렁대는 인간과 철학자처럼 태연하게 침묵하던 강아지의 극명한 대비.

잊고 있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 것은 바로 이 책을 읽으면서부터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세상의 연약한 존재들의 말을 경청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인간과 동물에 대한 연민이 깔려 있는 천진한 감수성과 상상력. 

68쪽, '두려움 뒤에는 희망'이라는 소제목에 이런 말이 있다.

"희망이 뭐냐고요? 두려움까지도 꼭 껴안고 놓지 않는 거죠."

패배할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패배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극복하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 용기와 무모함은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 것이며, 희망을 얻기 위해 피할 수 없이 치러야 하는 삶의 대가는...

옆에 나란히 있는 동물 사진은 이름도 생소한 흰손긴팔원숭이. 흰손긴팔원숭이의 무엇인가를 호소하는 듯한, 절박한 눈빛을 보고 있으려니 처연하다는 감상과 함께 인간의 언어만이 의사소통의 유일한 도구는 아니다 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언어가 갖는 절대적인 힘에 대한 회의. 말이 부재하는 곳,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비밀스런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왜 묘한 안도감과 쾌감이 드는 것일까.

감정의 과잉이나 의미의 포장이 없는 영역, 동물들의 원초적인 몸짓과 침묵 앞에서 진실이 담겨 있지 않은 인간의 위선과 가식은 얼마나 초라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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