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씨, 시금치 주세요

토끼 씨, 시금치 주세요 ㅣ 사계절 아기그림책 21
이상교 지음, 이희은 그림 / 사계절 / 2021년 1월

 반복되는 상황과 말을 통해 마치 노래하듯 읽히는 아기 그림책이다. 아이들에게 유달리 인기 있는 동물 '토끼씨'가 주인공인데 어느날 만난 시금치를 먹고 싶지만 꼭 참고 가다가 많은 동물들과 마주친다. 그럴 때 마다 "토끼씨, 토끼씨, 시금치 주세요" 라는 말을 듣지만 절대 주지 않는다. 코끼리에게도 멧돼지, 망아지에게도 말이다. 그렇게 토끼가 꿀꺽 하는가 싶더니 그게 아니라 귀하디 귀한 시금치를 민달팽이에게 얼른 내어준다. 긴 귀에 시금치 냄새만 가득 품고서 말이다. 

 <토끼씨, 시금치 주세요>는 단순한 말놀이 그림책이 아니다. 입 안 가득 먹고 싶은 마음을 참고 머리에 소중히 올린 그것을 집이 없는 작은 목소리를 가진 민달팽이에게 내어주는 토끼의 마음과 내어줄 때의 토끼 표정이 읽는 엄마와 아이를 기분좋게 한다. 시금치 냄새가 책 밖으로 흘러나오는 듯 하다. 또 한가지 이 그림책의 매력은 아름다운 색감에 있다. 가장 중심의 색 파란색이 보는 독자를 시원한 기분이 가득 들게 하는 책이다. 토끼의 다양한 표정도 찾아보는 것도 재미를 준다. 

 몇번 반복해서 읽고 나서는 아이와 금세 연극할 수 있었다. 글을 모르는 아이도 토끼의 역할도 쉽게 할 수 있고 애원하는 다양한 목소리로 다양한 동물도 연기할 수 있다. 그러면서 "엄마, 내일 시금치 먹고 싶다!" 하며 웃는 아이의 얼굴도 함께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