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 - 마주하는 당신은 나의 거울입니다
황승찬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 그 안에서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사람들. 그들은 왜 그길에 서게 된 것일까?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 길을 걷는 걸까? 언젠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다는 꿈을 가진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에는 '마주하는 당신은 나의 거울입니다'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뜨끔하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왔던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나는 그들을 어떻게 평가했던가? 그들이 나의 거울이라면, 내가 봤던 그들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라는 일 터이다. 더욱 부끄럽고 부끄러워진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을 마주한 저자는 그들에게서 어떤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까?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이라면, 뭔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과 만나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책을 펼쳤다.

 

저자는 파리에서 1박을 하고 생장에서 1박을 한 후, 순례길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도착한 파리의 숙소에서 실망스러운 일을 겪었고, 첫 밤을 꿀꿀한 기분으로 시작한다.

 

본격적인 순례길 일정은 내일모레부터이지만 이 역시 순례의 한 부분이어야 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겨야 할 일이다. 그리고 순례라는 게 결코 기분 좋은 꽃길도 아니거니와 내 입맛에 맞게 맞춰지지도 않을뿐더러 때로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주어진 상황과 여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도 필요하다.

p.56

 

살아가면서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상황이 얼마나 많이 생기던가. 그때마다 나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돌아보게 된다. 주어진 상황과 여건에 불평불만만 하고 있지는 않았나, 때로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나?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동안, 혼자 걸으면서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당장 챙겨야 할 집, 가족들을 떠나 끝없이 펼쳐진 순례길을 혼자 걷다보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자는 순례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사람들과 동행해서 걸었다. 그래서 책 제목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마주하는 당신은 나의 거울입니다'라는 문장을 부제로 사용한 것처럼 동행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과 인생을 만난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제공하는 정보나 공식 Buen Camino 앱의 제공정보다 제때 업데이트 되지 않는 것을 보며, 저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서적 여유 없이 너무나 목표 지향적인 삶을 좇고 있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순례길의 막바지에 한국 단체팀을 만나며 그들보다 먼저 여정을 밟는다고 서둘렀지만 결국 여정 중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게 되면서, 피할 이유도 피해야 할 필요도 없는데도 자의적 판단과 해석으로 이 단체를 속단한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마냥 히피처럼 보이는 두 여성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그렇게 '보이는 외모로' 그들을 판단했음을 깨닫는다.

 

일상 생활에서 만난 사람이라면, 저들은 어떠한 사람들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끝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례길을 걷는 동지(?)라는 유대감이 그들을 마주보게 하고 그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게 아닐까. 아니 어쩌면, 평소에는 상대를 통해 보이는 나의 모습을 외면하고 살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남들도 다 그런다는 핑계로 말이다. 하지만 순례길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피하고 싶던 나의 모습을 똑바로 보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지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수 없다면,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모습을 마주해보자.

 

(출판사에서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