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의 온기 -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인 당신에게 작가의 숨
윤고은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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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지 않는 나이기에, 이번에도 역시나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곧 의도치 않게 제목의 의미를 파악해 버렸다. 빈틈의 온기의 빈틈은 저자의 빈틈이라는 것을.

저자가 <윤고은의 EBS 북카페> 진행자이자 소설가이기에 일반인(?)인 나에게는 연예인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았는데, 저자가 보여주는 다양한 빈틈은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도, 책을 쓰는 사람들도 결국 다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추천사를 쓴 문보영 시인의 말처럼 어느새 쿡쿡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또한 소설가인 저자의 상상력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는 도라에몽의 무엇이든 주머니처럼 물건이 가득 담긴 자긴의 가방 속에서 출입증을 꺼낼 때마다 귓가에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주제가였던 <손에 손 잡고>란 노래가 흐른다고 한다. 목걸이 형태의 출입증을 들어올리면 굳이 방송국 로비에서 마주할 필요가 없는 물품들까지 끌려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뭐가 따라 나올까 돌잡이 이벤트 느낌으로 기대하는 작가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딸려나오는 물건들 때문에 짜증날 법한 상황에서도 돌잡이 이벤트를 떠올리며 기대감을 느끼는 작가의 상상력을 나도 갖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퍼프 소매를 입은 사람을 보며 집 현관에 에어펌프가 있어서 외출할 때마다 어깨에 공기를 주입하는 공기를 주입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저자. 정말로 옷 소매에 공기를 넣고 뺄 수 있다면 좀 신나지 않을까 생각하며, 펌프를 들고다니며 기분이 우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옷 소매를 부풀어 오르도록 만들어 주는 상상을 한다.

저자의 상상력을 마주할 때마다 정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이런 상상력이 있다면, 매일 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도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의 자아가 9개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 중에서 9번 자아는 일상을 반짝반짝하게 만드는 모든 순간을 사랑한다. 그래서 이벤트를 계획하고 그걸 준비하는 과정을 즐긴다. 친구가 마침내 꿈의 아파트를 장만하여 집들이를 할 때 리본 테이프 커팅식을 준비하고, 크리스마스엔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로또용지에 번호를 붙여 로또를 선물한다. 이벤트를 준비하는 저자와 이벤트를 받는 지인들의 모습에서, 이런 소소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일상에 활력을 줄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전해져온다. 나의 일상에도 지인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가 함께한다면, 평범한 일상이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까.

저자의 상상력과 엉뚱함, 다양한 자아들의 빈틈이 반짝반짝 빛나는 일상을 만들고 있음을 보며, 나의 빈틈마저 따뜻하게 바라보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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