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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
김혜지 지음 / SISO / 2021년 5월
평점 :
나는 항상 유럽에서 사는 삶을 동경해왔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 된 후에는 더욱.. 지금까지 혼자서만 간직해오고 있는 나의 꿈. 그런데 지금 이탈리에 살고 있는 부부가 있다니! 그것도 극심한 코로나 상황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혹시, 나도 이들 부부의 삶에 자극받아, 유럽으로 날라가 살게 될지도 모를 일 아닌가?
저자는 20대 때,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하는 화장품 다단계 사업을 시작했다. 비지니스를 시작한지 1년 6개월 만에 높은 직급까지 올라갔고 조금만 더 노려하면 두번째로 높은 직급으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일명 현타가 왔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2015년 이탈리아로 떠났다. 그리고 3년 후 결혼해 남편과 둘이 되어 베네치아에 정착했다.
베네치아로 오면서 저자의 남편은 오전 투어만 하게 됐고,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부부는 오후에는 함께 학원에 가서 언어 공부를 하고 생각만 해 오던 자격증 시험을 치르고, 함께 취미생활로 할 수 있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일의 강도가 줄었으니 남편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저자는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니 이탈리아에서의 삶이 더욱 즐거워지면서 마음에 여유가 넘쳤다고 한다. 역시 삶은 돈으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유럽에서의 삶이라면 항상 멋지고 좋을 것만 같은데, 책의 곳곳에 이민자로 사는 삶의 고단함이 묻어있다. 저자는 5년 동안 5번의 이사를 했고, 잦은 이사와 언어의 제약으로 마음 나눌 친구 하나 없다. 장기 체류 허가증을 받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거주지가 필요한데, 집주인들이 행정절차를 원하는 외국인을 선호하지 않다보니 부동산 문을 열자마자 무조건 "No!"부터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수십 군데의 부동산을 다녀야 하는 서러움까지 느껴야 한다. 언어가 안 되다 보니 부당한 일이 있어도 손해를 감수하며 살아야 함은 물론이요, 공과금이 터무니없이 높게 부과가 되어도 따져서 받아낼 수 없고 집 계약서를 읽지 못해 보증금을 날리기도 한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이 아닌 이탈리아에 살고 있고, 거주하는 국가의 언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면 한국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든 상관없이 백지 인간이 된다.
p.72
장담컨대 이탈리아에서의 삶은 '그냥 한 번 살아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는 절대 안 되고, 내가 간절히 붙잡아야지만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p.193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소통마저 자유롭지 않고, 행정절차, 문화 등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산다는 것은 저자의 말대로 간절히 붙잡아야만 지속될 수 있다. 해외에서의 삶이 낭만적이고,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탈리아를 사랑하고 이탈리아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극심한 코로나로 인해 남편의 일이 끊기고, 수입마저 없는 상황에서도 이탈리아에 남기로 했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바로, 유튜브. 그동안 취미생활로 하던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런 변화 없이 이 불안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p.106
이 상황을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하루라도 빨리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p.113
저자의 변화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이 멋지다.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어떤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의연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않을까.
저자는 그동안 쌓아왔던 여행에 대한 정보를 유튜브 콘텐츠화 하고, 구독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고, 굿즈 판매까지 시도해 본다.
무엇이든 즐거워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p.142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유튜브 수익이 한 달 30만 원을 넘겼다. 그 시점이 유튜브를 시작한 지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나던 때였다. 유튜브 영상을 만들면서 투자했던 시간, 비용 그 본전을 생각하면 일찌감치 멈췄어야 했지만, 꾸준히 이어온 우리가 자랑스러웠고, 그 30만 원이 정말 값지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절대 손에 쥘 수 없는 돈이었고 실시간 스트리밍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p.146
다른 유튜버들이 잘되는 모습을 보고 배 아파하기만 했다면 나는 절대 이 일을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p.143
코로나는 정말 밉지만 그 위기 덕분에 언택트 시대를 온몸으로 겪으며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요즘은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느라 바쁘다. 안정적인 수입이 있을 때는 절대로 생각하지 못했을 일들을 생각하고 실현해 나가는 요즘을 나름대로 즐기기로 했다.
p.158
저자가 유튜브로 수익을 내면서, 이탈리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나, 운이 아니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로 마음먹은 부부의 결단과 그동안 꾸준히 해왔던 기록, 그리고 구독자들이 원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모두 어우러져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저자도 이야기한다. 그동안 유튜버들이 쉽게 돈 번다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해보니까 아니더라고. 그리고 유튜브가 생계수단이 되면서 수많은 유혹과 초조함,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고.
유튜브로 먹고 사는 일도, 해외에서 이민자로 사는 일도 모두 녹록치 만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인내와 고난의 시간들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저자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도전정신과 위기 상황에서도 이 곳에서 살아내겠다는 굳은 마음만 있다면, 헤쳐나가지 못할 상황은 없을 것이다.
그 모든 고단함을 이겨내고 살고 싶은 곳이 있나요? 그렇다면, 저자처럼 도전해보는 것은 어떤가요?
해외에서의 삶에 대한 꿈이 있는 사람들, 변화의 시기에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