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승무원 - 서비스와 안전 사이, 아슬했던 비행의 기록들 어쩌다 시리즈 1
김연실 지음 / 언제나북스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비행기를 타는 것을 좋아하지만 키가 작아 꿈도 꿀 수 없는 나는 항상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궁금했다. 나의 오랜 궁금증을 해결해줄 《어쩌다, 승무원》이라는 책을 만났다. 표지에 있는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며 울고 있는 승무원의 그림이 승무원의 세계가 상상한 것만큼 멋지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궁금하다규~!!!!!


"너도 승무원 하면 잘할 거 같더라고."라는 언니의 말에 어쩌다 승무원 학교를 다니고, 승무원 면접을 보게 된 그녀. 투탑 항공사는 이미 불합격된 상태로 졸업. 당시에는 저비용 항공사들의 규모가 작았던 시절이라 채용 기회도 적었다. 그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티웨이 항공의 채용 공고. 이전의 고배들로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지만, 포기할 수 없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연실, 이 구격의 도른자가 바로 나다.'

p.18

저자의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문장에 빵 터지고 말았다. 처음에는 노른자의 오타가 아닌가 싶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노른자가 아니었다. '도른자'였다ㅋㅋ.


"제 이름으로 삼행시 한 번 해보겠습니다. 운을 띄워주시겠습니까?"

(중략)

"김!"

"김연실 지원자가 좋아하는 놀이는!"

"연!"

"연날리기입니다! 그럼 면접관님, 연날기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실!"

"네! 정답입니다!"

p.19

절박한 상황에서 면접을 보면서, 면접관 앞에서 이런 유머러스하고 재치있는 삼행시를 지어낼 수 있는 저자의 패기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승무원 세계는 안전에 관련된 일을 하다보니 소위말하는 군기가 빡센 곳이었다. 조그마한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선배들도 많았다. 분명 힘들었을텐데, 저자는 당차게 헤쳐나간다.


"연실 씨, 옆에 있는 승무원도 믿지 말라고 했죠?"

(중략)

"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선배님, 왜 옆에 있는 승무원을 믿으면 안 됩니까? 저는 선배님만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그럼 안 되는 겁니까? 그럼 저는 누굴 믿습니까!"

p.39

저자의 대찬 성격과 거침없으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말솜씨가 부러워진다.


"부기장님, 혹시 커피 필요하십니까?"

"아 네, 편하신 대로요"

(중략)

"네~ 그럼 저는 안 타는 게 편하니까, 커피 안 타겠습니다."

p.112

조종실에서 나와 승무원들에게 거만을 떠는 부기장님에게 저자가 날린 어퍼컷이 통쾌하다. 나도 저자처럼 돌려서 말하면서도 세게 한 방 때리는 말을 날려보고 싶다.


"그렇게 잘나셨으면 연실 씨가 매니저를 하세요." "잘난 척은 다 하더니, 막상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네요?" 이런 말들이 비수처럼 마음에 꽂혀 집으로 가는 길에도 차마 지하철을 못 타고 화장실에서 엉엉 울다가 화장을 고쳐야 했고, 그렇게 터덜터덜 걷다가도 누군가에게 싱긋 미소지어야만 했다.

p.93

씩씩하고 할 말 하는 저자도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한동안 서비스직의 감정노동이 이슈가 되었었는데, 승무원도 예외가 아니었구나. 특히나, 군기가 빡세고 많은 인원이 근무하는 곳이니 얼마나 더 감정을 숨겨야 했을까.


나는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다. 틀에 갇힌 것도 싫어하고 하고 싶은 건 마음껏 해야 하며, 무엇보다 내 안의 충만한 '똘끼'에 진심인 인간이다. 그런 내가 보수적인 승무원 생활을 하고 있으니, 올매나 힘들었게요?

p.96, 97

개성 뚜렷하고, 자기 주장 강하고, 틀에 갇힌 것도 싫어하고 '똘끼' 충만한 1인 여기 추가요~! 보이지 않았겠지만, 저자가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안전과 서비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재치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저자의 일화도, 유머러스한 저자의 말투도 너무 재미있어서 읽으면서 혼자 킥킥대며 웃었다. 정말 유쾌한 힐링 에세이였다. 저자의 퇴사 장면에서는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도 느꼈다.


승무원 생활이라는 게 겉으로 보는 것과 다르게 힘든 점도 많고, 포기해야 할 것도 많은 직업이지만, 멋지게 해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저자 덕분에 키 때문에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꿈도 꾸지 못했던 내 상황에 감사하게 되었다ㅋㅋ.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궁금하신 분, 승무원을 꿈꾸고 계시는 분, 그리고 유쾌한 웃음 필요하신 분, 모두 빨리빨리 이 책을 읽으세요~!!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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