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어린 시민군 스콜라 어린이문고 34
양인자 지음, 홍연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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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어린 시민군》은 초등학생인 찬호의 시선으로 5·18을 그리고 있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 철 없는 어린아이였던 찬호는 단짝 친구 현조의 이별 선물로 글러브를 사러 다녀오던 길에 군인들이 사람들을 잡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총소리. 결국 학교는 휴업령이 내려진다.


그러는 와중에, 현조의 이삿날이 되었다. 인천에 도착하면 전화하기로 했던 현조는 연락이 없고 전화기는 아예 먹통이 된다. 애가 타던 찬호 앞에 나타난 현조. 고속버스도 기차도 모두 끊겨서 광주를 나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신문도 MBC방송도 모두 끊여 광주는 고립되고 만다.


호기심 많은 찬호와 현조는 계속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며칠 전 불에 탄 방송국으로 간 찬호와 현조. 거기서 큰 누나를 만나고 찬호와 현조도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게 된다. 큰누나에게 던지는 찬호의 질문이 광주에 있던 어린아이들의 시선을 대변해준다.


"우리 착한 일 하는 거 맞재?"

p.100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해주시는 취사 지원반 아주머니들, 시신들이 있는 상무관이랑 군인들이 들어올 길목을 지키는 기동대, 깃이랑 집회 때 쓰는 깃발을 만드는 문화 선전부. 이렇게 각자의 역할을 맡아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찬호는 생각한다.


'이렇게 서로 돕고 위하는 게 민주주의일까?'

p.108


아이들의 입장에서 민주주의는 피부에 와닿지 않은 것이리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눈에 보이는 민주주의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진다.


민주주의가 뭔지도 모르고 누나를 따라 민주화 운동에 작은 손을 보태던 현조와 찬호는 벽보를 보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장기 집권을 하던 대통령이 부하의 총을 맞고 죽었고, 이제 사람들이 대통령을 직접 뽑고 하고 싶은 말도 다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이 올 거라고 했다. 그런데 또 다른 군인이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는 쿠데타를 일으켜 바른말 하는 정치인과 교수들을 잡아 가두고 학교도 문을 닫게 만들었다고 했다. 또한 통행금지 시간을 늘리고 걸핏하면 유언비어 살포죄로 사람들을 잡아갔다고도 했다.

"민주주의는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것이었구나."

현조가 벽보를 읽으며 중얼거렸다.

p.118


사건을 초등학생인 찬호와 현조를 통해 보기에 직접적이거나 무섭고 끔찍한 일들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군부가 어떻게 사람들을 이간질하고 매도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그야 군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거재. 즈그들이 먼저 사람을 죽여 놓고 시민들의 폭력 때문에 그랬다는 명분을 만들려고 그러는거드라."

p.133


그리고 인천으로 전학을 간 현조의 상황을 통해 군부가 얼마나 철저하게 진실을 은폐했는지 보여준다. 점점 말이 없어지고 밖에 나가지도 않는 현조를 통해 광주 시민들의 가슴앓이가 전해져온다. 벌써 40년도 더 지난 이야기이지만, 마음이 아프다.


과거는 미래를 위한 나침반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 주세요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가 이렇게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잊고 우리의 현실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미래에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알려주는 것이 어른의 도리는 아닐까?


많은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들이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예민하게 살피고,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지켜보는 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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