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생활 인문학 - 도시에서 만나는 공간과 사물의 흥미로운 속사정
스파이크 칼슨 지음, 한은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골목길, 맨홀 뚜껑, 아스팔트, 전기, 수도 등 우리가 만나고 누리는 수많은 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작동되는지 궁금증을 가져봤던가? 우리는 모르지만, 그것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애쓰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저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수도국에 전화를 했고, 수도국에서 소개해 준 굴착 회사까지 거치고서야 수돗물을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저자는 그동안 자신이 몰랐던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수돗물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수돗물 문제로 수도국에 전화를 걸었을 때 자신의 전화가 어떻게 로버트에 연결되었는지 말이다.


호기심 많은 작가인 저자는 자신이 모르고 있던 자신의 집 현관 바로 앞의 바깥세상에 대해 알기 위해 탐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물에 관한 이야기란 결국 사물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승리와 실패, 집착, 명석함에 관한 이야기였다. 역사와 신화,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였다. 또한 사물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가 사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관한 이야기였다.

p.7,8


사물에 관한 이야기란 결국 사람의 이야기이고, 사람과 사물과의 상호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가 '공공 기반 시설'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우리를 지탱하는 것들'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말에 '좋아요♡'를 100개 눌러주고 싶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이 우리를 우리로써 살 수 있게 지탱해 주는 것들이기에.


저자는 집 안, 집 밖, 길 위, 자연, 신호·선·빛의 5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26가지의 사물 혹은 시설에 대해서 경험하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중에서도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가 내 눈을 잡아끌었다. 내가 자연보호에 관심이 많은 탓이리라. 내가 해 온 재활용은 몇 점일까? 저자는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며 지구를 위해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다고, A짜리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대자연이 자신의 행동에 손뼉을 쳐주길 기대한다. 하지만, 저자가 쓰레기통의 여정을 쫓아 자원회수시설까지 따라가보며 알게 된 사실은 (1) 자신이 버린 재활용 쓰레기가 택배 상자, 공원 벤치, 신도시 건설에 쓰일 철골로 마법처럼 재탄생하는 일은 없으며, (2)자신이 해온 행동이 기껏해야 D등급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도 분리수거, 쓰레기 줄이기를 열심히 해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 책의 재활용과 쓰레기 챕터를 읽으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힘써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또, 이 두 챕터를 읽으면 사람들이 더 환경보호에 애쓰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무료 주차에도 숨겨진 비용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내는 주차비용뿐만 아니라 '무료'주차로 발생하는 비용, 즉 재정적·사회적·환경적 비용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우리가 다니는 도로는 얼마나 넓어야 우리가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걸까? 왜 우리는 인도를 넓히지 않는 걸까? 그저 인도가 좁다고만 생각했지, 그 뒤에 숨겨져있는 이야기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더더군다나 내가 이것에 대해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겠다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세상을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현관 밖 세상의 속 사정을 들려준다.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은 더욱 흥미로워진다. 이 멋진 세상을 그저 관객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세상의 한 부분으로 역할을 하도록 한다. 세상일에 수동적인 나에서, 적극적인 나로 변모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