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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리커버 에디션) -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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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에게 미국은 약간은 꿈같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다. 재작년에 동생 부부 덕분에 미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온 덕분에 더 꿈같은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동생 부부가 살던 부유하지만 심심한 중소도시, 번화한 도시이지만 따뜻한 느낌이 나던 마이애미, 그리고 결혼 전 다녀왔던 패키지 여행에서 들렸던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화려한 뉴욕, 아이들 어릴 때 놀러갔다 온 괌, 신문을 펼치면 항상 등장하는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 할리우드 스타들의 화려한 삶.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는 선망의 대상이자, 빈부격차가 심하고 총기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무서운 나라라는 이중적 이미지도 함께 따라온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는 미국의 소도시들의 삶은 어떨까?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에 붙은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기'라는 부제를 보니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통해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미국의 소도시의 삶이 궁금했다.

빌 브라이슨은 아주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도시 출신이다. 그래서 그는 성인이 되자마자 생기가 있는 곳(런던)으로 떠났다. 서른여섯의 나이에 돌아온 고향에서 그는 어머니의 낡은 차를 빌려 어릴 때의 추억을 되새기며 미국 소도시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어린 시절 극도로 저렴하게 다녔던 여행에 대한 안 좋은 추억들과 함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소도시에 대한 묘사가 이어진다. 내가 봤던 미국의 화려함과는 전혀 반대의 소도시들의 모습에 살짝 충격도 받았다.
그러나 중반부부터는 빌 브라이슨이 묘사하는 소도시의 모습이 조금씩 경쾌해진다. 실제 만난 도시들의 모습이 처음에 만났던 도시들보다 나아서인지, 아니면 여행을 하며 빌 브라이슨의 기억 속에 감춰져있던 어린 시절의 여행에 대한 좋은 추억들이 조금씩 해제되어 흘러나왔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지루한 소도시들을 다니며 빌 브라이슨은 '모아빌'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상적인 소도시를 찾으려 한다. 거의 '모아빌'이라고 생각되는 도시를 몇 군데 만났지만, 저자는 자신이 찾던 '모아빌'을 찾았다고 확언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여행의 끝자락, 디모인에 돌아가기 직전 갑자기 이 여행이 끝나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햄버거와 휘발유를 찾아 주간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온 이방인들이 왜 아예 눌러앉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가았다. 친절하고 점잖고 상냥한 뭔가가 있었다. 여기 살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아주 야릇한 기분이었지만 아주 오랜만에 처음으로 나는 거의 평온함을 느꼈다.
p.392
저자가 찾고 있었던 '모아빌'은 자신이 고향 디모인이 아니었을까?
저자의 여행기를 읽으며 그렇게 추억할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그리고 힘든 여행이기는 했지만, 어린 시절에 온 가족이 미국 전역으로 휴가를 떠났던 기억이 있다는 사실이 그가 여행을 하며 살게 된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빌 브라이슨의 추억 여행 덕분에, 나도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아이들에게 더 많은 여행을 통해 더 많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