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록 산책 - 걷다 보면 모레쯤의 나는 괜찮을 테니까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도대체 작가님의 신간이 나왔다. 주제도 내가 좋아하는 산책이었다. 도대체 작가님의 전작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가 좋았기에 이번 책도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은 저자가 산책하면서 발견한 것들의 기록이다. 산길을 걸으며 만나는 새와 벌레, 나무와 풀 같은 것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결국 이 자연의 작은 일부일 뿐이구나' 생각하게 되었고 그 시간들이 큰 위안이 되었다고 한다.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죠. 그저 살아가는 것입니다.

p.15


제일 처음 에피소드부터 내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만났다.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들은 아무도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살아갈 뿐이다. 그런데 나는 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려 애쓰느라 그리 힘들었구나. 그 누구도 나에게 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일찌감치 열매를 내어놓는 나무들이 있는 한편 이제부터 시작인 나무들도 있습니다. 아무도 초조해하지 않고 각자 다른 빠르기로 살아갑니다.

p.67


그러고 보니 그립다며 꼽은 곳들이 오히려 가장 힘들었던 시기들에 있었군요. 참 아이러니합니다.

p.93


되도록 이끼도 없고 널따란 돌이 촘촘하게 놓여 있길 바라지만 때로 어려운 구간이 나온대도 다 건넌 후엔 바로 그 구간 때문에 뿌듯하겠죠.

p,187


아직은 내가 열매를 내어놓을 시기가 오지 않은 걸.. 나도 언젠가는 이 시기를 그립다며 꼽게 될까?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을 나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괴롭다며 좌절하고만 있는 것보다는 '훗날 그 때 힘들었지만, 이러저러 해서 참 소중하고 그리운 시간이었어.'라고 회상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추억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시기가 언젠가는 뿌듯함을 주는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에 나온 에피소드를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도대체 작가님의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들에 피식 웃기도 하면서 책에 빠져들었다. 특히 '노래하는 돌', '새소리의 의미', '붕어빵'은 어떻게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을 보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저자의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억지로 웃기려고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잔잔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상상력이 부럽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똑같이 산책을 해도 이렇게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박웅현님의 《여덟 단어》에서 나의 뇌리에 콕! 박혀 잊혀지지 않는 '견見'의 차이인 걸까? 나도 천천히 자세히 살펴보면 도대체 작가님 같은 상상력과 삶에 대한 이해을 얻을 수 있을까? 도대체 작가님에게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


불안해하지 않고 초조해하지 말고,

각자 다른 빠르기로 찬찬히 살아가다 보면 한 번은 만나게 돼, 나의 계절


뒷표지에 있는 이 문장이 꼭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이 말을 머리로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고 싶다. 나도 계속 걷다보면 가슴으로 느낄 날이 오겠지?


책을 읽는 내내 사물과 생명을 향한 도대체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을 마음껏 느끼며 마음이 말랑말랑 따뜻해졌다. 오래도록 이 느낌을 간직하고 싶다.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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