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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되지 않는 사람 - 쉽게 얻은 사람은 모르는 일의 기쁨에 관하여
김경호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4월
평점 :
저자는 재수해서 대학에 들어갔고 방송기자는 3년 동안 여덟 번 시험을 치른 뒤에 가까스로 합격했다. 뉴스 앵커는 세 번의 오디션 만에 맡게 되었는데, 첫 오디션부터 앵커가 되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무엇이든 매번 도전할 때마다 실패를 거듭하다가 '이제 그만해야겠다' '포기할 때가 됐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라고 결심한 뒤에야 원하던 것이 주어졌다.
그렇다면 저자는 그 긴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견디어냈을까?
기다림을 위해 필요한 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p.9
저자는 프로야구의 '찐 팬'이다. 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고 한다. '나는 지금 우리 회사에서 몇 번 타자 혹은 어떤 투수일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가장 빛나는 4번 타자나 맨 앞에 이름을 걸고 나서는 선발 투수를 꿈꿀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뒤에 있는 간판타자들이 안타를 쳐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그들이 적시타를 쳤을 때 열심히 홈으로 뛰어들어 팀이 점수를 낼 수 있게 해야 하는 1번 타자에 가장 끌린다고 한다. 투수로는 팀의 에이스인 선발 투수와 마무리 투수 사이에서 실점을 막으며 둘을 연결해 주는 셋업 맨에 마음이 간다고 한다.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함으로써 팀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누구나 4번 타자, 선발 투수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에게 가장 알맞은 역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에 대한 고민 없이 남들 보기에 좋은 역할만 고집하다가 그렇게 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고 잘나가는 동료와 자신을 비교하며 우울해하고 그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다 조직에서 자신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을 다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나를 돌아본다.
저자는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에서 유재석 씨가 오랜 세월 무명으로 버티고 있는 개그맨 후배들에게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달리는 말에 너무 채찍질을 하면 말도 아파요.
나는 이 말을 나에게 해주고 싶다. 오랜 경력단절, 나를 관리하고 계발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아쉬워 늦었다는 생각에 나를 몰아치고 재촉했다. 그러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번아웃이 찾아왔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저자는 다양한 삶의 무게를 지닌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젊은 시절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사는 건 분명 가치 있는 일이지만, 다시 돌아오지 못할 젊음을 무언가를 위해 준비하는 것만으로 다 써버린다면 그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이 꼭 고달플 필요는 없다.
p.45
저자는 재수 생활과 3년 동안 취업에 실패하며 열등감과 '난 해도 안 돼'라는 좌절감에 빠졌다. 입사 시험에서 떨어질 때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때 저자를 붙잡아준 건 한 작은 회사에서의 취업 성공 경험이다. 그 경험이 '어쩌면 내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기대감을 놓지 않게 해주었다.
언제나 실패로 주저앉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건 수많은 실패의 경험이 아니라 한 번의 작은 성공 경험이었다.
p.71
저자는 '만약 에디슨이 성공의 경험 없이 계속 실패만 거듭했다면, 그래도 계속 도전할 수 있었을까?' 의문을 던진다. 생각해 보면, 에디슨도 실패 속에서 작은 성공 경험이 있었기에 계속을 도전을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갈 때는 그것이 비록 작고 보잘것 없을지라도 성공 경험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성공 경험을 만들어 이 보이지 않는 길을 끝까지 갈 것인가 고민해 본다.
저자는 《한 번에 되지 않는 사람》을 통해 18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터득한 인간관계와 직장 생활의 노하우, 그리고 기자 생활을 하며 파악한 사회의 문제점도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1장 한 번에 되지 않는 사람 이야기가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의 실패와 도전 이야기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을 사람이 많을 것이기에 다음 기회에 조금 더 저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