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마음이다 - 크게 보려면 느리게 생각하라
가이 클랙스턴 지음, 안인희 옮김 / 황금거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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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 중 저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슨 일이든 빨리 빨리 처리하고 깡총깡총 뛰며 호들갑을 떠는 쪽이라 저는 거북이 보다는 토끼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토끼가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딱 맞는 '거북이 마음이다'라는 책을 만나게 되어 감사합니다. 평소의 저라면 이 책을 받은 날 즉시 두세시간 몰입하여 다 읽었을 것이지만 이 책은 그렇게 읽기가 싫었습니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책 내용을 새기며서 읽고 싶었습니다. 책을 천천히 읽기 시작하던 지난 주에 때마침 존경하던 박경철 작가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강연 후 한 독자가 작가님께

"이틀에 한 권의 책을 읽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무슨 책을 읽고 계신지 궁금합니다."라고 질문을 하였습니다.그러자 작가님께서는

"이틀에 한 권, 아니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책을 꼭꼭 씹어 느리게 느리게 읽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지금 논어를 다섯번째 읽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때 평소에 책 한권을 후딱 읽던 저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정말 느리게 느리게 꼭꼭 씹어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크게 보려면 느리게 생각하라"는 말처럼 그냥 쉽게 두리뭉실 느림을 표현한 책이 아닐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작가 가이 클랙스턴으 옥스포드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학습과학 및 마음에 대한 저술과 강의로 유명하신 분 답게 뇌과학과 교육까지 폭넓고 깊이있게 저술해 놓았습니다. 간단하게나마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마음의 과정은 서로 다른 세 가지 속도로 이루어진다. 처째는 생각보다 더 빠르다. 어떤 상황은 자의식없이 순간적인 반응을요구한다. 이렇듯 빠르게 작동하는 육체적 지성의 종류가 있다는 말이다. 이것을 우리는 '위트'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생각이 있다. 상황을 파악하고 찬반의 이유를 헤아려보고 주장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일을 하는 종류의 지성이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지성을 '지력'이라고 부른다. 아이디어를 더욱 정밀하게 다듬는 것으로서 이 책에서는 이것을 'd모드'라고 부른다. 이런 종류의 문제 풀이에 능숙한 사람을 두고 우리는 '명석한', 또는 '영리한'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아래로 이보다 더욱 느리게 진행되는 또 다른 정신적 영역이 있다. 그것은 보통 덜 목적지향적이고 덜 뚜렷하다. 장난스럽고 느릿한, 어렴풋한 과정이다. 이 상태에서 우리는 사태를 곰곰이 되새기고 거듭 되짚어본다. 명상적인 사색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느리게 생각하기는 인지 분야의 여러 설비 중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부품이라고 작가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긴 뭐가 그렇게 바빠서 하루에도 몇번씩 '빨리 빨리'를 외치고 늘 마감이라는 기한에 맞추기 위하여 발버둥치며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전 멍때리기 대회가 열린 것을 보고 무슨 그런 대회가 있느냐고 비웃었는데 그렇게 멍때리고 가만히 있는 듯 명상에 빠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빠른 사고에서 느린 사고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골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자신이 더 온전하고 더 균형 잡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않았고 어떤 통찰이나 답변에 이른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변한 것처럼, 마치 치유력을 가진 중요한 무언가가 드러나지는 않았어도 가까워진 것만 같다는 작가의 말에 동감합니다. 느긋한 명상이 저에게도 필요할 듯 합니다.

좋은 학습과 관련하여 회복탄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미 알던 내용이었지만 이 책에서 읽으니 더 깊게 와 닿습니다.교사가 학습 능력의 유동적인 본성을 이해하고 이런 관점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책에서는 느리게 보기 방식이 네가지로 다루어집니다. 탐정 노릇, 내면에 초점 맞추기, 시적 감수성, 지금 여기에 주목하기 입니다. 저는 이 중에서 지금 여기에 주목하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통증이나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내용을 확대재생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만 해도 이미 통증과 우울증이 완화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 잘 못하고 있습니다. 항상 내가 느끼는 주관적인 나의 선입견이나 감정을 섞어 보는 것 같습니다. 평생학습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더 지혜롭고 속도는 느리더라도 서서히 스며드는 배움으로 조금 더 창의적이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명상과 수행도 느리게 느리게 해 나가야되겠습니다. 저의 심층마음을 여유롭게 돌아보며 교육과 지혜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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