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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숟가락 하나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현기영 지음 / 실천문학사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산지는 꽤 되었는데 느낌표 선정 도서라는 마크가 책 표지에 붙어 있으니 이상하게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첫부분만 몇장 읽다가 그냥 책장에 꽂아 두었죠. 그런데 이번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갑자기 제주도를 배경으로 쓴 이 책이 생각 나서 읽기 시작했답니다.
현기영의 자전 소설이라고 부르는 지상에 숟가락 하나! 이 책은 아름다운 제주의 어려웠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을 현기영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그린 책이에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여성스러운 그의 문체와 너무나 예쁜 우리말이 좋았답니다.
배고프고 어려웠던 시절의 내용이라 잘못하면 칙칙하게 되었을텐데 그런 상황에서도 아이들 특유의 천진난만함이 군데군데 들어 있어서 웃음도 나오더라구요. 난 그 시대를 살지 않았지만 익히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이 책에서는 그 시대의 생활상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어서 한 장면 한장면이 머리속에 그림으로 그려지더라구요. 그 시대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유년 시절 친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놀이의 대상으로 삼아 즐거워했던 부분이에요. 요즘 아이들은 놀이라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아요. 학교를 마치면 학원에 가야 하니까 말이죠. 그리고 노는 시간이 있어도 아이들은 어떻게 놀아야 할지를 모르잖아요.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노래방을 가는 것이 그들의 놀이 문화니까요. 요즘 아이들도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바람 타기 놀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자라고, 그 자연과 함께 놀이를 하며 즐겁고 신나게 웃을 수 있는 경험을 우리 아이들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