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안단테 - 여행이라기보다는 유목에 가까운
윤정욱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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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학교때부터 친구와 몽골여행가자고 계속 얘기해왔다.

처음에는 장난식이였는데 점차 진짜 가고싶어졌고, 이 책으로 더 확고해졌다.

난 꼭 몽골에 가고말거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최대한 많은 나라를 경험해보고, 그 순간을 기록해서 내 여행책을 내는 것이다.

20살때부터 적어왔고, 매번 여행갈때마다 노트는 꼭 하나씩 챙겨간다.

유럽여행에서도 공원에서 쉴때, 너무 행복할때마다 펜과 노트를 꺼내 그때의 기분과 그 순간을 기록하곤했다.

정리는 하지 못했지만, 항상 책내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노트는 매번 챙겨다니고있다 ㅎㅎ

딱, 이 분위기로 이렇게 정갈하게 여행기를 담고싶단 생각이 든 책이다.


간간히 속이 뻥 뚫리고싶을때 여행책을 읽는데 20살때 청춘유리 작가님의 책을 읽고 '여행책을 내야겠다'는 꿈을 키웠고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방향이 잡혔다. 행복한 일상만 담는게 아니라 그때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들, 찌푸려지더라도 있는 그대로 그때를 담은 이야기들, 원하는 색감으로 내가 느낀 그 나라의 분위기를 가득 담아 사진을 하나하나 보정하고 엮은 한 권의 이야기.

여행책을 시리즈로 내서 내가 느낀 감정을 담은 표지도 디자인하고싶다.

하여튼!

몽골, 꼭 가야지.

안단테 ; 천천히 걷는 빠르기로.

끝없는 여행은 없으니, 이 순간만큼은 천천히 지나가게 해 달라고.

뛰지말고, 날지말고, 걷는 듯이 느리게 지나가 달라고. 최대한 마지막을 유예해 달라고.


내가 추구하는 여행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디지털과 멀어져 계획하지않고 이동하며 직접 부딪히는 여행.

예상하지 못한 풍경들과 일이 일어나 내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 여행.

조급해하지않고 천천히하는 여행.


몽골의 가장 큰 매력은 여행의 길 자체가 새로움으로 가득하다는 점이었다.

커다란 송전탑 앞에 무리지어있는 낙타처럼, 생뚱맞은 장소에 맞지 않는 소품처럼 놓인 풍경들은 늘 그렇게 우리의 상상력에 딴지를 걸고는 했다.


몽골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단 차라리 유목에 가까웠다.

우리는 게르와 게르 사이를 마치 그래프 위의 점을 잇듯이 움직였다.

끊임없는 이동, 한 곳에 정착하지 않는 여행.

흡사 유목민의 그것을 닮아 있었다.

이 땅의 오래된 생존 법칙은 외지인이라고 해서 옆으로 비켜 주지 않았다.

... (중략) ...

아침에 눈을 드면 사막을 가로질러 은하수를 쫓아 달리다가, 별을 보며 잠자리에 드는 생활.

저 너머에 뭐가 있는지는 달리고 달려서 끝까지 도착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삶.


나도 달빛으로 걷고싶다.

자연속에 푹 담기고 싶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지고싶다.

요즘 맘놓고 쉬면 불안해지는 병(?)이 생겼다. 편히 쉬지 못하고 안절부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는게 생각보다 더 고통스럽다.

잠시 다 놓고 '몽골'같은 곳으로 가고싶다.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고 나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곳.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간절히 필요하다.

" 정작 여행에서 생각에 도움을 주는 것은 따로있다.

그건 바로 이동 중에 우리가 무심히 흘려보낸 창밖의 풍경이다.

그렇게 흘러가는 풍경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기 때문에, 여행의 풍경은 우리가 아무런 방해 없이 생각의 흐름 속을 유영하기에 더없이 탁월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P210 "

엄청 공감가는 말.

그래서인지 내 사진첩에는 내 사진보다는 풍경사진이 가득하다.

맛있는 음식, 즐거운 시간들에 대한 기억도 있지만 

지금도 그 당시의 감정을 마음 한켠에 아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을 떠올리라면 당연, 이동중 풍경 바라보는 순간들의 기억이다.

무의식적으로 왜 내가 이런 순간들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정리해준 문장.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우리에게 두번재 기회 따위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또한 알고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여행이 설레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끝이 있어야 여행이 아쉬운 법이고, 아쉬움이 남아야 지난 여행을 떠올리며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아쉬움이 우리를 다시 여행이라는 길 위로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안다.

코로나때문에 올해 계획했던 여행들은 다 무산됐지만, 이 아쉬움이 나중에 내가 떠날 여행의 소중함을 더욱더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다.

같은 여행지라도 내가 더 성장하면 또 다르게 느껴질 것이고, 더 얻어가는 것이 많을거라는걸 아니까 

떠나기위해 나를 더 단단히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아야지.

기억하고 싶은 문장도 많았고 잘읽힌다.

훌쩍 떠나고싶을때 대리만족할 수 있는 여행책

보면서 함께 웃고 행복했던 여행기, 몽골 안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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