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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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두번째 SF소설, 나는 SF 소설을 좋아하는게 확실하다.

우빛속도 그렇고 기파도 그렇고 술술 잘읽히고 너무 재미있다. 계속 손이가는 책들이라고 할까

읽다가 멈추고 다른일 하다보면 또 읽고싶어진다.

'오르카호 난파 사고'의 숨겨진 진상을 밝혀나가는 내용,

'기파'는 한 번만 읽어서는 안되는 책이다.

한번 읽고나서의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두번 읽으면 감정이 녹아있는 앞선 행동의 흐름과 스토리가 전부 이해가된다.

더욱 각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 말에 이해와 공감이 된다.

처음 기파의 목차를 봤을때 순서가 신기했다.

중간중간 들어가있는 '기파평전' 부분이 뭘까 생각했는데 사건 후와 그 당시 이야기를 번갈아보여주는 구조 덕분에 더 재미있었다.

절박함과 간절함, 그 속에서의 따뜻함과 사명감, 반전의 재미 모두가

잘 녹아들어가 있는 작품이였다.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이해하려고 애쓰지않아도

책을 피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몰입되어 술술 읽히게 된다.

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한 이 책은 '기파'라는 단어와 표지에 끌려 선택하게되었다.

작가노트를 보고 난 후 더 마음에 들었다. 향가 '찬기파랑가'를 접목한 SF 소설.

(구름을) 열어 젖히니

나타난 달이

흰구름 좇아 (서쪽으로) 떠가는 것이 아닌가?

새파란 냇물에

기파랑의 모습이 있어라(어리는도다).

이로부터 그 맑은 냇물 속 조약돌(하나 하나)에

기파랑이 지니시던 마음 끝을 따르련다.

아아, 잣나무 가지 높아

서리 모르시올 화랑의 우두머리시여.

찬기파랑가 - 충담사

과연 기파랑 인물은 실제로 예찬할만한 인물인가, 그럴 인물이 아닌데 대대로 전해져왔기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들 예찬하고 있는 것이아닐까?

'기파'를 읽으면 작가님이 그 의문을 어떻게 풀어 생각했고, 주인공 기파를 왜 이렇게 그리게 되었는지 잘 알 수 있다.

과거와 미래를 적절하게 연결시켜 새로운 모습을 그린 책.

정말 올해 읽은 책 중 첫번째로 주변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미래의 과학에 사람의 '감정'을 듬뿍 적신 소설이다.

기계는 인간인가 아닌가, 과연 우주로 갔을때 사람들은 지구를 어떻게 생각하고 과연 지구를 그리워할까?

그 그리움을 어떻게 표현할까? 과학기술로 그 그리움을 대체할 수 있을까?

오르카호가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사람들은 지구를 더욱더 그리워했고, 익숙한 것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다.

창문가에 모여 밖을 내다보던 사람들은 사라졌다. 예약조차 힘들었던 레스토랑 창가 자리는 인기가 시들해졌고,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고 밖이 내려다보이지 않는 구석 자리의 인기가 높아졌다. (중략) '우주'라는 테마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 인기가 높아졌다.

기파 P109

만약 우주로 떠났다면, 뉴트로가 유행하는 것처럼 아마 지구에 대한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며

사람들에게 하나의 추억, 그리움이 되어 그때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있는 모든 것들이 유행이 되지 않을까?

새로움은 한계가 있다. 일시적인 감정이지 어느순간 익숙해지게 되면 흥미가 떨어진다.

이렇게 생각해보니까 내가 겪고 있는 지금의 순간이 어느 시대에는 소중하고 그리운 순간이 아닐까?

더욱더 지금을 즐기고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두려움, 곧 멀지않았다.

다들 맘 편히 인공지능과 로봇을 부려먹을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자기들과 전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해서 그런거야. 조금 전까지 함께 희희낙락하던 사람이

사실 로봇이었단 사실을 알게되면 다들 어떻게 생각할까?

기파 - P165

이 부분을 읽으며 의사선생님 '기파'의 이안에 대한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였으면 한다.

왜 그는 저 말을 하는걸까, '다들'이라고 하지만 사실 기파의 감정이 녹아든 말이지 않을까

아마 기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 그리고 나도 현재 인공지능과 로봇을 이용하고 부려먹는건

우리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식하지 못하고있다가, 후에 로봇이었단걸 알게되면

엄청난 소름과 두려움, 무서움까지 느낄 것이다.

만약 인간과 구별될 수 없을만큼으로 발전한다면, 인간은 절대 로봇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게 두려운 점 중 하나가 아닐까?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

엄청난 화제가 되었었다. 학교에서 이 문제로 토론대회가 열리기도 했었고 수업시간에 함께 토론해보기도 하였다.

기계에 대한 두려움을 SF영화에서 현실세계로 끌고 온 이정표적인 사건,

스티븐 호킹의 경고도 떠오른다.

인공지능의 부상이 인류에 좋은 일일지 나쁜 일 일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지만 우리는 사력을 다해

AI의 미래가 인류와 인류의 환경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완벽한 인간 승무원이 서비스를 책임집니다. 이것이 오르카호의 슬로건이었다.

오르카호는 선내에 로봇이 없다고 선전했다. 모든 시스템은 내장형이고,

인간 승무원이 승객을 위해서 서비스한다고 홍보했다.

기파 - P29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온 느낌.

로봇이 상용화되고 우리 곁에 더더욱 많아진다면 또한 기계로 신체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면 어떨까?

현재는 자동으로 해주는 무인 자동차, 청소기 로봇 등등 사람의 할일을 덜어주는 정도로 이용되고 있다.

우빛속도, 기파에서도 보여지듯이 언젠가는 기계가 아닌,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고 대우를 받는다는 것에 대한 가치가 엄청 올라갈거다.

부를 가진 사람들은 이것을 뽐내기위해 기계보단 사람을 이용하는 경우도 빈번할 것이고.

이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SF소설은 한 층 더 앞을 내다보게해주어서 너무 좋다.

내게 미래에 대한 대처방안, 그리고 무엇이 필요할지 미리 경험을 제공해준달까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어떤 디자인이 미래에 필요할까 등등...

소설은 감정이입이 잘되어, 몰입감을 높여 내가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얇은 양도 아닌데 하루만에 읽을 수 있다 할 정도로 매우 몰입감이 높고 여운도 남는다.

미래를 보고와 한편의 꿈을 꾼듯한 느낌?

단순한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여러 인물의 감정들을 톡톡 건드리며 보여주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서의 다양한 기쁘고, 슬프고, 충격적인 여러 감정들.

영화보다 더 여운이 남는 소설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사람들을 살리는 의사, 기파

마치 세상을 축소시킨 듯한 '오르카호'와 난파 사고 그리고 그 안의 진실들

이번 12월 추운 겨울 속 따뜻함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스토리

박해울 작가님의 '기파'와 함께 하세요~


완벽한 인간 승무원이 서비스를 책임집니다. 이것이 오르카호의 슬로건이었다.

오르카호는 선내에 로봇이 없다고 선전했다. 모든 시스템은 내장형이고,

인간 승무원이 승객을 위해서 서비스한다고 홍보했다. - P29

다들 맘 편히 인공지능과 로봇을 부려먹을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자기들과 전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해서 그런거야. 조금 전까지 함께 희희낙락하던 사람이

사실 로봇이었단 사실을 알게되면 다들 어떻게 생각할까? - P165

오르카호가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사람들은 지구를 더욱더 그리워했고, 익숙한 것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다.

창문가에 모여 밖을 내다보던 사람들은 사라졌다. 예약조차 힘들었던 레스토랑 창가 자리는 인기가 시들해졌고,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고 밖이 내려다보이지 않는 구석 자리의 인기가 높아졌다. (중략) ‘우주‘라는 테마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 인기가 높아졌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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