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리커버, 양장)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삶의 어느 시기마다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친구가 있다. 그 결과물은 항상 기대 이상이며, 이 책 또한 그렇다.
[입김은 찬 것을 녹이기도 하지만 뜨거운 것을 식게도 한다. 눈물은 당신을 감동시키기도 하지만 당신을 얼어붙게도 한다. 이처럼 사랑이 변한다는 것은, 동일한 것이, 어느 날 문득 정반대의 의미를 갖게 되는 일이다. 우리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서 가슴을 치며 울고 싶어진다.]
저자는 교수로서 하는 일은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배우는 일이라고 한다. 정확히 가르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슬픔에 관한 공부는 늘 필요한 것이라 느끼게 된다.
p302
˝우리들의 잡은 손안에 어둠이 들어차 있다˝
해안선에서 끝이 없어서 해변은 끝이 없게 타올랐다. 우리는 얼마나 걸었는지 이미 잊은 채였고, 아름다운 것을 생각하면 슬픈 것이 생각나는 날이 계속되었다. 타오르는 해변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타오르는 해변이 슬프다는 생각으로 변해가는 풍경, 우리들은 잡은 손안에는 어둠이 들어차 있었는데, 여전히 우리는 걷고 있었다.
아름다운 것 다음에는 왜 슬픈 것이 떠오르는지, 이 시 역시, 모른다. 그 대신 ‘손안에 들어찬 어둠‘ 같은 예감만이 거기에 있다. 이렇게 시는 어떤 특별한 무지의 상태를 포착하는 작업이다.
p350
요컨대 진정한 비판은 적의 가장 복잡하고 심오한 부분과 맞서는 일이다. 그럴 때 나의 비판 또한 가장 복잡하고 심오한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니체의 말대로 적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적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적을 사랑하면서 고귀해질 것인가, 적을 조롱하면서 공허해질 것인가. 수많은 매체가 생겨나고, 수많은 비판들이 쏟아진다. 좋은 비판과 나쁜 비판이 있다. 전자는 어려워서 드물고 후자는 쉬워서 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