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야, 너 그거 아니? 인간을 육체적으로 학살하는 것은 시간이지만, 정식적으로 학살하는 것은 시대야. P37]
[옛날에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야. 참새가 농사를 망친다고 생각한 마오쩌둥이 참새를 모두 없애라고 명령했어. 그래서 씨가 마를 정도의 대학살이 시작됐지. 근데 학살 방법이 너무 단순하고 끔찍했어. 참새가 절대로 내려앉지 못하게 한 거야. 그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하게 했어. 인간들이 독하게 그렇게 했어. 내려앉으려는 참새만 계속 내쫓았어. 결국 참새는 공중을 계속 날다가 힘없이 떨어져 죽었어. 너무나 고단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견디다가. 근데 사영아,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집이 없는 우리도 그 참새 같다는 생각. 어디에도 내려앉아서 쉴 수가 없잖아. P120]
[한동안 술잔만 비워내던 언니가 말했다. 선생님, 청춘이 아름다운 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도 세상을 시시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 시기가 지나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이 공포로 다가와요. 제가 지금 그래요. 모든 게 공포예요. P174]
이 책의 인물들 대부분은 낭떠러지가 있는 길을 안전장치 없이 나아가야 하는 시간 속에 산다. 그 삶은 미래에 대한 기대도 희망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행진을 이어간다. 현시대에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있는 인물들을 가까이서 바라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