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열정은 삶에 대한 냉소에서 온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으며 당장 잃어버려도 상관없는 것들만 지니고 살아가는 삶이라고 생가해왔다. 삶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만이 그 삶에 성실하다는 것은 그다지 대단한 아이러니도 아니다. -p12-

나는 거짓과 위선이 한통속이라는 것을 알았다 -p56-

아줌마처럼 자기의 고통을 드러내놓지 않는 사람은 그 고통을 가슴속에 쌓아놓고 있는 것이다. 해소되지 못하고 가슴속에 차곡차곡 압축 저장된 그 고통은 언젠가는 엄청난 폭팔력으로 터져나올 수도 있다. 그렇게 가슴속에 고통을 꾹꾹 눌러 저장하고 있다는 것이 아줌마가 품고 있는 진정한 비밀일지도 모른다. -p76-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쁘고 좋기만 한 고운 정과 귀찮지만 허물없는 미운 정이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 정으로 출발하지만 미운 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운 정보다는 미운정이 훨씬 너그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확실한 사랑의 이유가 있는 고운 정은 그 이유가 사라질 때 사라지지만 서로 부대끼는 사이에 조건 없이 생기는 미운 정은 그보다는 훨씬 질긴 감정이다. 미운 정이 더 해져 고운 정과 함께 감정의 양면을 모두 갖춰야만 완전해지는 게 사랑이다. 어쩌면 미운 정이란 고운 정보다 훨씬 더 얻기 힘든 무르익은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p137-

아무리 남의 말하기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광진테라 아줌마처럼 나무랄 데 업이 착한 사람에 대하서는 선뜻 비바의 포문을 열 수가 없다. 나쁜 사람이 나쁜 일을 저지르면 이야깃거리일 뿐이지만 착한 사람이 나쁜 일을 저지르면 그것은 비극이 되기 때문이다. -p251-

성숙한 어른이 슬퍼하는 것보다는 철없는 아이의 슬픔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므로 철없는 사람은 마음껏 철없이 행동하면서도 슬픔이 닥치면 불공평하게도 더 많은 사랑과 배려를 받는 것이다. 성숙한 사람은 으레 슬픔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그 같은 배려를 받지 못한다. 성숙한 사람은 언제나 손해이다. 나는 너무 일찍 성숙했고 그러기에 일찍부터 삶을 알게 된 만큼 삶에서 빨리 밑지기 시작했다. -p363-

집착 없이 살아오긴 했지만 사실은 집착으로써 얻지 못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짐짓 한 걸음 비껴서 걸어온 것인지도 모른다. 고통받지 않으려고 주변적인 고통을 견뎌왔으며 사랑하지 않으려고 내게 오는 사랑을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 데에 정열을 다 바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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