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 스티커 - 제14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9
황보나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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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시절에 외운 암기는 정말 무섭다. 앞글자를 떠올리면 뒷 문장이 내 지각과 무관하게 흘러나온다. 나에게 보현행원품의 한 대목은 그런 구절이다. '마음이 모든일의 근본이 된다. 마음이 주인되어 모든일을 시키나니, 마음속에 악한 일을 생각하면 그 말과 행동 또한 악해지리라.' 어린시절부터 반항기가 많았던 나는 동네의 작은 법당에 모여앉은 친구들과 이 대목을 암송할 때면 꼭 맘속으로 토를 달았다. '진짜 그럴까?'라고. 제 14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네임스티커'는 그 시절의 나를 따라다니던 익숙한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마음에 정말 힘이 있을까?'


주인공 고은서에게는 강민구라는 '이상한' 친구가 있다. 그런데 사실, 제 3자 입장에서는 은서 역시 못지않게 '이상한' 아이다. 대신 '이상한' 이라는 카테고리로 뭉쳐진 우정은 '이상하게' 단단하게 엮이곤 하는데, 아마도 그건 '우정의 원동력이 이유를 알 수 없는 끌림' 이기 때문인것 같다. 강민구는 이상하게 고은서가 좋고, 고은서는 이상하게 강민구가 궁금하다. 그렇게 둘은 이상한 우정으로 엮여 '나 빼고 무사태평하게 돌아가는 세상'에 소심한 응징을 감행하기 시작한다.


네임스티커는 일종의 부적이다. 우리가 조선왕조오백년사에서 가장 숨죽이며 봐왔던 저주의 지푸라기인형을 떠올리면, 누군가의 이름을 써 붙여서' '일심'으로 저주하는 컨셉은 너무 고전적이라 이제는 약간 코믹한 느낌으로 와닿는다. 그걸 요즘 청소년들 식으로 바꾼다면, 뭐 복잡하게 준비할 필요있나. 네임스티커 하나면 끝. '유혜주''임선영'.


소설 속, 유혜주와 임선영은 은서입장에선 너무나 응징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우주의 모든 악의 기운을 모아 저주하는 마음에 힘을 쏟는다고 생각해보자. 결과와 무관하게 정작 저주받는 것은 은서의 마음이다. 어둡고, 탁하고, 무거워진다. 작가는 그런 마음을 간명하게 '산뜻하지 않다'고 표현한다. 정말 그렇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너무 산뜻하지가 않다.


다시, 마음에 힘이 있을까를 묻는다. 세상을 살아갈 수록 깨닫는것은 '세상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마음을 쏟는 대상은 보란듯이 내 마음의 반대방향을 향해 내달려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 마음에 무슨 힘이 있나. 그러나 생각해보면, 매 순간 내 마음하나 '산뜻하게' 바꿀 힘 정도는 나에게도 있다. '산뜻하지 않음을 느낀다면 잠깐 멈춰도 좋을것 같다'는 황보나 작가의 말처럼, 지금 내가 결정한 판단이 '산뜻하지 않다면' 잠깐 멈춰보자. 오늘부터 내 행동의 잣대를 '산뜻함'으로 잡아도 꽤 괜찮은 삶이 될 것 같다.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네임스티커 #황보나

"화분은 없어?"
"없다니까."
"왜?"
"안 빌었으니까."
민구는 또 내가 말을 두 번 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왜 인빌었냐고."
"산뜻하지 않았으니까."
- P122

마음이 힘이 있다는 것은 어딘가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섬뜩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안 좋게 생각하는 마음이 생겨도 그 마음을 일단 접어 두게 되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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