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없는 여자와 도시 ㅣ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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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애착’너머, ‘짝없는 도시’에서 나와 만나기

리베카 솔닛은 자신의 저서<걷기의 인문학>에서 역사 연구자 G.M트리벨리언이 쓴<보행>의 한 대목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내 병을 고치는 두 의사는 내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다.” (걷기의 인문학, p199)즉, 몸과 마음은 서로 가까운곳에 살고 있어서 한 쪽이 병에 걸리면 예외 없이 다른 쪽도 병에 걸리는데, 바로 그때 두 다리가 명의(名醫)가 되어준다는 주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나운 애착>과 <짝없는 여자와 도시>를 쓴 비비언 고닉은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거나 이미 체득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그녀는 든든한 두 주치의에 자신의 하중을 싣고 뉴욕의 이곳저곳을 산책하며, 동서고금을 막론 ‘가족’, 더 정확하게는 ‘모녀’라고 불리는 ‘사나운 애착’ 너머, ‘나 자신을 알아주는 나’를 만나기 때문이다.  

비비언 고닉을 ‘작가들의 작가’로 만든 그녀의 대표작 <사나운 애착>은 유대인이자 공산주의자라는 두 가지 정체성만으로도 버거우면서, ‘못말리는 낭만주의자’에다 ‘결혼이상주의자’ 이기까지 한 엄마와, 사랑에 서툴고 도무지 결혼에 안착하지 못하는 딸 고닉이 ‘직설’이라는 무기로 서로의 가슴을 후벼 파지만, 끝내 서로가 선택한 세계를 연민하고 존경하는 삶의 기록이다. 그 지난한 여정속에서 만났던 브롱크스 거리의 다양한 여성들은, 엄마가 속한 여자들의 세계를 더욱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현미경이 되어주었다. 그 현미경으로 여성의 삶을 들여다본 고닉은 마침내 ‘끈끈하게 얽힌 혈육이 아니라’(P301), ‘살면서 서로가 놓친 그 모든것과 연기 같은 인생을 바라봐’(p301) 주는 그윽한 시선을 갖게 된다.

 <사나운 애착>에서 고닉은 외로움이 갉아 대는 인생의 고초를 극복하려는 노

력과 자기연민 사이의 조화가 유지될 때 “짝 없는 여자들 중에 한 명이 되었다고 느낀다”(사나운 애착, p313)라고 쓴 바 있다. <짝 없는 여자와 도시>가 출간되기 15년 전에 이미, 그녀는 기꺼이 ‘짝없는 여자’가 되고 싶어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15년 뒤, 그녀는 진짜 ‘짝 없는 여자’가 되어 뉴욕이라는 도시 곳곳을 걷는다. 그녀에게 ‘도시’의 의미는 ‘쓸쓸함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p14)는데 있었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도시에서라면 어디에서나 ‘사랑과 우정’ 따위의 ‘관계’를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비언 고닉의 두 권의 에세이를 덮으면서 마지막으로 떠올린 단어는 황동규시

인이 말한 바 있는 ‘홀로움’이라는 단어였다. 시인이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라고 했을때, 그 멋진 시를 끊임없이 되뇌여도 내 것이 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비비언 고닉이 ‘사나운 애착’ 너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발견하고, 결국 “우리는 각자의 인생이라는 영토를 힘겹게 횡단하다 국경이 맛닿는 곳에서 이따금 만나 서로에게 정찰 기록을 건네는 고독한 여행자”(짝 없는 여자와 도시, p59)라고 했을 때, 비로소 ‘홀로움’의 의미가 내 것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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