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마르크 - 독일제국을 탄생시킨 현실정치가 살림지식총서 361
김장수 지음 / 살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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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o Eduard Leopold von Bismark(1815-1898). 내 역사지식에 뚫린 큰 구멍. 이 땅에선 동학이 창시되고 임오군란 갑오경장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던 19세기 후반 그 때, 제국주의의 본산 유럽은 어떤 모양이었고 또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1871년이란 늦은 시간에 이르러서야 나라라는 형태를 갖추게 된 독일, 짧은 시간에 약소국 프로이센을 강한 독일로 키운 비스마르크, 때로는 위대한 실용주의적 인물로 때로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철혈재상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의 실제 모습은 어떠했을까. 그런 궁금증이 풀리기를 기대하며 이 책을 손에 잡았다. 

저자는 비스마르크의 생을 관점별로 나누어가며, 프로이센의 관리로서 러시아와 프랑스에 파견되어 외교와 현실에 눈을 뜨던 젊은 시절, 약소국 프로이센의 산업을 일으키고 군대를 키우며 무자비하게 반대파를 누르던 냉혈 정치가로서의 모습, 덴마크 또 프랑스와의 전쟁조차 마다 않았던 철혈재상으로서의 모습, 독일민족의 통합된 나라란 목표를 위해 주변국들의 세력판도를 고려하여 실용적 외교정책을 펴나가던 집행자로서의 모습, 사회주의자들과 노동자 세력과의 타협을 위해 사회보장제도의 기틀을 마련하던 현실주의 정치가의 모습, 사람들의 지지가 떠나간 독선자로서 결국 황제와의 갈등으로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는 노년의 모습 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문장이 탁탁 끊어지고, 정작 깊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는 설명이 너무 피상적이고. 비스마르크란 인물을 일방적으로 긍정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의 흐름 그 자체에서는 별로 매력을 느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비스마르크라는그 인물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존재이다. 보잘 것 없는 민족을 이끌어 제국주의와 민족주의가 만연하던 당시 유럽 지도에 독일을 하나의 존재로 끼워 넣기 위한 그의 작업 어떤 부분에서는 박정희가 연상되기도 하고, 프로이센 주변의 잠재적 적대세력과 합종연횡 하는 프로이센에서는 춘추전국시대의 모습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또 권력으로 누르면 된다는 자신의 기본철학을 어느 한 순간에 포기하면서 과감한 타협을 이루어 돌파구를 마련해나가는 그의 모습에서는 오늘 이 땅에 필요한 지도자상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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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 별밤지기의 별 이야기
이태형 지음 / 김영사 / 198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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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하늘. 공기도 맑고 반짝이는 1,2등성도 풍성한 밤하늘. 매년 이맘때쯤이면 다시 꺼내들곤 하는 별자리 책. 이렇게 일고 또 읽은 책이 또 어디 있던가. 이태형의 '별자리 여행'. 꽂혀있는 별자리에 관한 책도 참 여럿이지만, 그 중에는 큼직하고 화려하고 더구나 불을 끄면 야광효과로 마치 정말 밤하늘의 별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별자리 그림이 그것도 월별로 자세히 나와 있는 Ratcliff의 'The Night Sky Revealed'같은 책도 있지만, 그래도 손이 자꾸 가는 것은 아무추어 천문가인 저자가 쓴 바로 이 책. 나온 지 20년도 넘은 책이라 인쇄상태도 좋지 않고 더구나 막상 가장 중요한 별자리 그림이란 것이 보기 불편할 정도로 흐릿하지만 그래도 이 책에 이렇게 손이 자꾸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 '정'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사실 내 '별 볼 일 없는' 신세를 벗어나 그 추운 겨울 밤 밖에 놓인 평상위에서 이불 둘둘 감고 누워 신화로 가득한 그 반짝이는 밤하늘 그림에 '입문'하게 되었던 것도 바로 이 책 덕분 아니었던가. 그래도 이 책이 이렇게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눈높이' 책이라서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자신이 아마추어 별 관측자였던 그 경험을 살려 읽는 사람의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기에 그 궁금증을 푸는데 꼭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제공하려 책을 다듬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초보 수준의 내용만 들어있는 것도 아니다. 읽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마치 양파껍질 벗기듯 '읽혀지는 내용'이 더 풍부해지며 지식의 깊이가 점점 더해지게 하는 것에는 분명 학생시절부터 아마추어 천문회를 이끌며 새내기들을 이끌곤 하던 그 경험이 깊고 진하게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야생화 사냥에 봄여름가을을 바쁘게 지냈지만, 그래도 그것은 낮의 일이고, 하늘의 별은 일 년 사시사철 언제나 있으니, 당연히 이 책뿐 아니라, 저자 이태형의 잔잔한 말 한마디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속에 남아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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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러인가? - 한 남자와 그가 쓴 열 편의 교향곡이 세상을 바꾼 이야기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이석호 옮김 / 모요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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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러인가?'가  이 번역판의 제목이다. '왜 말러냐고?' 이쪽이 더 어울렸을 텐데. 말러와 10여 년간 '밀착'되어 지내며 그의 '그날그날 말 마디마디'를 적어놓았다는 안나 폰 밀데부르크, 말러와 다른 '젊은이들' 사이를 오가며 일기를 썼고 나중에 말러의 전기를 펴냈던 부인 알마, 또 '평생' 말러의 발자취를 찾아다니며 자료들을 수집했다는 작가자신, 이들이 공동 저자라고나 할까. 

책 시작부터 거창하다. 내 비록 말러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래서 이 책을 사기도 했지만, 그의 5번 교향곡이 반세기 후에 펼쳐진 나치의 학살극을 미리 예견해 작곡한 것이고, 3번 교향곡이 21세기에 펼쳐질 환경운동의 서곡이며, 그의 10개의 교향곡이 이 세상을 바꾸었다고 하는 등, 말러를 초인간적인 우상으로 묘사하는 이야기에 어찌 공감이 갈 수 있겠나. 말러의 부모 시대부터 또 말러의 어린 시절 얼마나 철저히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야했는지, 또 예술가이기 이전에 유대인이라는 천형보다 더 가혹한 출신의 꼬리표가 그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등등을 작가 자신의 경험과 섞어가며, 유대인으로서의 세계에 대한 항변으로 가득하고, 말러에 불리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부인 알마의 일기장을 대조해가며 진실을 왜곡한 쪽은 오히려 반유대인이고 19살이나 연하였던 그 부인 쪽에 있다고 바로 잡거나, 말러의 심리 바탕에 깔린 그 무슨 무의식적인 원인을 이야기하며 그래서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해가며, 시종일관 그를 변호하는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싶다 느껴질 정도로, 철저히 유대인 시각으로 유대인 작곡가 말러를 우상화하기 위해 쓴 이 유대인 작가의 책을 읽는 마음이 그다지 편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책 읽는 태도도 어떤 면에선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 이렇게 '역겨운 책'을 그래도 끝까지 읽었던 것은 작가의 과장법을 무시해버리고, 말러의 작품세계와 지휘자요 작곡가로서의 그 일생 그 자체, 19세기 20세기가 걸쳐지는 시대 그 당시의 음악사조와 작곡가 음악감독 무대연출가 그들의 세계, 쇤베르크 슈트라우스 바그너 토스카니니 프로이트 토마스 만 등과 얽힌 말러의 이야기들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에서였다. 그래서 책 읽는 내내, 교향곡 1번 2번 5번과 관련된 이야기를 읽을 때는 그 곡들을 들으며 또 '대지의 노래' '죽은 아이들을 그리는 노래'들에 관해 읽을 때는 그 곡들을 듣는 식으로 그의 작품세계에만 빠져들려 노력을 해보았지만, 책을 덮는 이 순간에도 그 씁쓸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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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차이 -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운의 비밀
한상복.연준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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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부제에부터 운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나와 이것 또 그 흔한 운세이야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 그것은 기우.

운이라는 것은 세상 일 항상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그런 세속적 교훈일 수도 있고,

또 반대로 자신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마치 복권에 당첨되듯 그렇게 굴러들어올 수 있는 복과 같은 것일 수도 있는데, 

그 좌절 혹은 분에 넘치는 상태에서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가는 전적으로 당자의 행동에 달렸다며, 

평소의 긍정적 사고방식 적극적 행동습관 절제능력 배양에 힘을 기울일 것을

'개인과 기업의 교훈적 에피소드'들 모음으로 풀어나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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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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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원제는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저자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가르치는 장하준 교수. 여기서 말하는 그들이란 '자유시장 지상주의' 신봉자들을 일컬음이고, 내용위주로 제목을 잡는다면 '자유시장 자본주의, 그 허상과 그 대안' 정도가 되겠다.

경제학과는 상관없는 내 입장에서 좀 과장해 표현하자면 '어쩌면 내 평소에 가졌던 생각하고 이렇게 같을 수 있을까' 감탄이 나올 정도다. 나 자신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얽매인 사람들이 현학적 표현으로 꾸며낸 아전인수 궤변들보다는 나 같은 '상식적 수준 사람'들의 직관적 생각이 진리에 더 가까운 법이라는 것을 밝혀주는 이 저자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대리만족의 즐거움이라고나 할까.

각 챕터의 머리 부분에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로 시작되는데, 바로 이 부분이 첫 몇 줄 운만 떼면 누구나 그 다음을 이어갈 수 있을 정도로 일반인들에게조차 친숙한 '이론'들이고, 거기에 이어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론이 제시된다. 일종의 토론 발제 형식으로 이 상반된 이론이 각각 반 페이지씩 소개된 후, 이어 본문에서 다시 일반적 생각, 저자의 반론, 그 반론에 대한 재반론, 또 거기에 대한 저자의 반론 이런 식으로 '토론'을 이어나가며 독자가 느낄 수도 있는 생각의 허점을 하나하나 메워나간다.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존재할 수 없는 것이고' 그들' 주장 대부분이 도그마에 지나지 않을 뿐 실상은 그 반대라는 것을 주장하는 저자는, FTA가 왜 허상인지, 부자감세가 왜 난센스인지, 미소금융이 왜 원칙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도인지, 교육인플레이션이 어떤 부작용을 내는지, 왜 기회균등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결과의 분배라는 개념이 필요한지 등등,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세뇌되어' 있는 23가지 항목에 대해 각종 통계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객관성을 벗어나지 않는 방법으로 '재조명'한다.

이 책의 매력은 여기에서 다루는 23가지 테마가 사실은 서로 독립적인 것은 아니고 하나의 주장이 다른 주장과 얽혀가며 결국 하나의 '사고 시스템'이랄까 '주장의 네트워크'랄까 그런 '체계'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크게 보아 하나의 새로운 '정치경제학'의 방향을 제시하는 그런 느낌으로.

책을 읽는 동안 엉뚱한 생각을 한 번 해본다. 만일, 예를 들어, 약소국 대한민국의 서울대학교의 어떤 교수가 이렇게 정부 시책에 근본적으로 '역행하며' 경제학주류와 동떨어진 주장을 했어도 이런 반응을 받을 수 있을까? 백안시 되는 그에게 그래도 누군가가 그 연구용역을 줄까? 그런 생각을 하다, 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주류'와 대항하기는커녕 거기에 한 몫 끼어들려 애쓰는지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쓴 미소를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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