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인간학, 사기 1 - 패자의 탄생
사마천 원작, 이치카와 히로시.스기모토 타츠오 지음, 기획집단 MOIM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司馬遷의 史記를 이 편집자 저 편집자의 여러 버전으로 읽었지만, 이번에 손에 잡은 이 일본인들이 편집하고 MOIM이란 곳에서 번역한(아직은 총 7권 중 2권까지만) '불멸의 인간학, 사기'는 색다르게 산뜻한 맛이 있어 아주 마음에 든다. 먼저 개괄적인 요약그림을 보여준 다음 개별사건 하나하나를 풀어가는 식의 그 구성, 또 필요한 곳에 보기에 편한 글자크기와 색깔로 달아놓은 주석, 가끔 달려있는 전혀 과장됨이 없는 '평가', 이런 점들이 모여 '읽고 이해하기에 편한' 책을 만들어내었다.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2100년 전이라는 그 오래 전에 어떤 '불행을 겪은 사람'이 쓴 이 책을 왜 그렇게 읽고 또 읽는지. 와신상담이니 합종연횡이니 하는 그런 '영화에서도 보고 다른 책으로도 수없이 접했던' 그런 옛날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중국이라는 거대국의 그 '웅장한 역사적 사실 모음'으로 가득한 本紀의 기록을 '탐구'하는 재미로? 아니면 그 世家와 列傳의 그 '미세한 인간심리'도 놓치지 않는 인간관찰기록이 그토록 매력적이라? 솔직히 모르겠다. 그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언제나 접하는 '똑 같은' 내용이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그 사실이다. 글쎄, 아마도 거기에 담긴 시대정신과 그 속을 살아가던 인간군상의 모습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반복되는 '아직 유효한 드라마'처럼 느껴지는 그런 점 때문이라고나 할까.

史記를 읽을 때 마다 생각나는 말. 서양고전에서는 역사와 문학 또 철학 이런 구분이 가능하지만, 동양(물론 중국)고전에서는 史文哲이 분리된 것이 하닌 그저 一體일뿐이라 하는 그 말.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 거의 쇼크처럼 우리의 일상에 다가오는 오늘. 이런 史記 또 三國志니 楚漢志니 하는 그런 인간적 면모가 짙게 담긴 대서사시를 생활철학의 일부로 삼고 살아가는 그 중국인들과 우리의 대비를 생각한다. 좀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서양사람들이 만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멘털리티와 동양식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멘털리티 대결구도에서라면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