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위하여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7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완서 작가의 글은 사람 속내를 잘 파헤쳐 그 속에 숨은 끈질긴 욕망과 위선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그래서 장석주 시인의 말처럼 읽다보면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어준 듯 상쾌함을 넘어서서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녀의 글은 따뜻하다. 지극히 세속적인 이야기임에도 결국 본성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그녀가 전하는 그리움으로 인해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작가 박완서는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과를 중퇴했다. 40세에 장편소설 나목여성동아현상모집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대표작으로는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1983), 엄마의 말뚝(1980) ),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아주 오래된 농담(2000), 그 남자네 집(2004), 환각의 나비(2006), 친절한 복희씨(2007) 등이 있다. 그리움을 위하여는 박완서작가가 70세에 쓴 작품으로 제1회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화자인 와 같은 집에서 태어난 사촌동생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는 풍족한 노년을 보내고 있지만 사촌동생은 어려운 형편 때문에 의 집에서 집안일을 해주며 옥탑방에서 살아간다. 사촌동생은 젊어서는 자식들 챙기느라 늙어서는 남편 병수발을 드느라 온몸을 혹사하며 어렵게 살아왔다. 그러나 사촌동생은 친구를 도와주러 갔던 사량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어부와 사랑에 빠진다. 사촌동생이 섬으로 떠난 후 는 그립다는 감정을 알게 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도 춥지 않은 남해의 섬, 노란 은행잎이 푸른 잔디 위로 지는 곳, 칠십에도 섹시한 어부가 방금 청정해역에서 낚아 올린 분홍빛 도미를 자랑스럽게 들고 요리 잘하는 어여쁜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이 있는 섬, 그런 섬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에 그리움이 샘물처럼 고인다.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p39)

 

풍족한 삶을 살았던 이지만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무엇이 결핍이었는지도 모른 채 살았던 가슴에 묵직한 감정이 생겼다. 함께 살아온 동생과의 시간속에서 미움도 상전 의식도 지나고 나니 사랑이 되었다. 사랑으로 인해 그리움을 느끼고 마음에 축복이 생겼다. 샘물처럼 고인 동생에 대한 그리움으로 는 조금 더 행복해졌다. 이 행복감은 관계 속 우리라는 감정의 축복이다. 그리움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메말랐는지도 몰랐던 당신의 마음에 그리움이란 축복을 전해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