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 위로 사전 - 나를 들여다보는 100가지 단어
박성우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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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시인의 글은 담백하고 위트가 있다.그 사이사이에서 베어나오는 따스함과 위로를 좋아한다.
이 책은 아홉 살 마음 사전 시리즈와는 또 다른, 마흔 살들을 위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판형도 자그마하니 손에 쥐고 읽기 편하다.

사전에 있는 100가지 단어 중 눈에 띄이는 두 단어.

‘힘겹다’
힘겹다는 것은, 지친 마음을 앉혀 쉬게 할 의자가 필요하다는 것.

‘근사하다‘
근사하다는 것은, 밋밋하고 삭막한 창가에 꽃병 하나를 올려둔다는 것.

살다보니 사십대가 되었다.
어른이 되어 나이가 들수록 덜 흔들릴 것 같았는데 마흔은 마흔대로 또 쉴새 없이 흔들린다. 흔들리며 버티다가 부러지기도하고, 흔들리다가 다시 서기도 하는 마흔살들.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그래도 걸어가고 살아가다보면 그래서 나의 마흔 살들은 ‘근사했다‘ 고 말할 수 있겠지.

100가지의 단어들을 보면 나도 너도 다 그렇구나싶어 위로가 된다.
오늘도 난 힘겹고 근사한 마흔살들을 살아가고 있다.

*본 책은 창비 서포터즈 신청에 당첨되어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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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뜰에서 작은 곰자리 64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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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뜰에서 #조던스콧 글. #시드니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책읽는곰 2023

이 그림책은 조던 스콧 작가와 외할머니‘바바’의 자전적 이야기이이다.
폴란드어로 할머니라는 뜻의 ‘바바’를 원문 그대로 옮겨 더 친근하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전쟁의 고통을 겪은 바바는 혼자 오두막에 산다. 아이는 바바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바바와 함께 학교까지 걸어가고 바바와 함께 뜰의 생명인 지렁이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잔잔한 글에 흐릿한듯한 그림이 더해져 꿈결 같은데 그 사이로 빛이 자꾸 새어나오는 느낌이다.

바바를 보니 나의 친구, 증조 할머니가 생각난다. 남편도, 큰 아들도 일찍이 하늘로 보내고 나의 증조 할머니로 살아간 사람.
아빠는 방학이면 모든 학원을 끊고 나를 시골로 보냈다.

나는 그 곳에서 증조 할머니와 친구처럼 지냈다. 증조 할머니 품에 안겨 잠을 자고, 증조 할머니 친구들과 골목에 누워 별똥별을 보고, 증조 할머니에게 산수를 가르쳐 주었던 기억이 난다.

60년이 넘는 세월을 넘어 우리는 친구였다. 나의 친구였던 증조 할머니의 꽃상여가 온 동네를 돌아다니던 날 나는 처음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어린 시절에 받은 조부모의 사랑은 부모의 사랑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무엇을 많이 해주지 않아도, 많은 말을 해주지 않아도 옆에만 있어도 한없이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증조 할머니는 꽃이 되어 떠났지만 문득 문득 내 마음에 꽃이 되어 피어나기도 한다. 오늘 이 그림책 한 권이 내 마음에 꽃을 피워주었다.

보고 싶어요, 나의 오랜 친구.

*이 그림책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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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호라이 + 호라이호라이 - 전2권 호라이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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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호라이호라이 서현 글/그림.사계절.2021

서현 작가의 신작 서포터즈 모집 글에 뜬 두 권의 그림책.
노랑과 초록이 쨍한 표지에 호라이, 호라이호라이라고 적혀있었다.
호라이?호라이호라이?
밥 위에 덩그러니 올려져있는 계란 프라이와 밥상 옆에 무릎 꿇은 계란 프라이
.
‘도대체 이건 뭘까? 뭐지?’ 하며 호라이호라이 홀린 듯이 서포터즈 모집에 신청했다.
가제본이 도착하고 두 권의 책을 읽었다.
두 책은 닮은 듯 다르다.
.
‘호라이’에서 호라이는 밥 위에 있다가 아빠 위에, 동물원에, 글자 위에, 장례식에 불쑥불쑥 나타난다.
‘호라이호라이’에서 호라이는 질문을 던진다. 나는 호라이.
밥 위에만 있고 싶지 않아.
나는 왜 호라이일까?
나는 왜 하얗고 노란 걸까?
왜 톡 터질 것처럼 약한 걸까?
왜 매끈매끈 둥근 걸까?

그렇게 호라이는 나를 찾아 호라이행성으로 떠난다.
.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가 싶어 당황스러웠는데 자꾸 보니 불쑥 불쑥 나타나는 호라이들에게 정감이 간다. 그리고 세상에 없는 말인 ‘호라이 호라이 호라이 호라이…’가 귓가에서 계속 멤돈다.

밥 위에만 있고 싶지 않은 호라이들이여! 우리 같이 호라이와 함께 호라이행성으로 떠나보지않을호라이?

*이 그림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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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25주년 특별판) 민들레 그림책 1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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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핀 민들레를 보면 항상 강아지똥이 생각나요. 어쩜 그렇게 아름답게 표현했는지 볼 때마다 감탄하네요. 25주년 축하하고 특별판 너무너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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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다립니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03
표영민 지음, 잠산 그림 / 길벗어린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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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칼리와 세르주 블로크의 ‘나는 기다립니다’를 오마주했다는 말에 처음으로 서평단 이벤트에 신청을 했다.
워낙 좋아하는 그림책이기에 처음에는 서평단 당첨에 기쁜 마음이 컸다.
.
하지만 책을 읽어본 후 온갖 생각이 마음에 들어왔다.
서평단이라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그에 따른 부담감과 책임감도 함께 오는구나 싶었다.
나의 서평이 작가와 출판사의 의도와 다르게 보여지면 어떡하나 싶은 생각이 맴돌았다.
하지만 책이 세상에 나오고 독자의 손에 들어오는 순간,
해석의 여지는 독자의 몫이 되니 마음가는대로 글을 써 보기로 했다.
.
이 책을 읽으니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할머니집 개 메리가 땅에 묻혔을 때 살아돌아오길 기다렸던 순간.
어느 날 찾아온 고양이 나비가 어느 날 훌쩍 떠났을 때 하염없이 기다렸던 순간.
.
그 두 번의 기다림으로 동물에게 정을 주지 않은 것 같다.
어린 마음에 겪은 죽음과 헤어짐은 동물에 대한 마음을 꼭꼭 닫게 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
그리고 반려견과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왜 자꾸 나와 아이들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바라고 바라던 아이를 가지면 그저 좋을 줄 알았다. 아이의 첫 웃음, 아이의 첫 옹알이, 아이의 첫 걸음걸이에 행복했다.
.
아이가 크면서 집이 난장판이 되고 층간 소음으로 아랫집에서 항의를 받고 어느 날은 다치고 어느 날은 깨지는 시간들을 겪으며 책 속의 소녀처럼 어깨가 쳐지고 아이에게 뒷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많았다.
.
그저 행복할거라고..
그저 재미있을거라고..
그저 기쁠거라고..
생각해서는 안되는 일..
한 생명을 키우고 한 생명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일은 한 없는 사랑과 책임감이 필요했다.
.
기다린다는 말..
기대하고 설레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외롭고 쓸쓸하게도 다가온다.
반려동물이든 사람이든 지금 내 곁에 누군가가 있다면 너무 오래 기다리게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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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그림책은 길벗어린이에서제공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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