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내가 정상에서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 극한의 상황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
엘리슨 레빈 지음, 장정인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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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꿈이 뭐야?"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좋아하는 나는 만나는 아이 대부분에게 꿈을 묻곤 했다.

그러나 멈춤의 시간을 보내며 내 꿈을 이루기는커녕 제대로 찾지 못하고 어영부영 세월을 보내는 나를 발견하고 꿈을 물었던 내가 얼마나 허영에 차있었던가를 자각하고 '나의 꿈은 무엇인가'를 자문하곤 한다.

"지금껏 무엇을 하고 살아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했는지 모르겠어."

대형 문구점을 둘러보는 동안 내 넋두리 끝에 오빠가 말을 했다.

"이것도 하고 싶다 저것도 배우고 싶다, 정작 하고 싶은 게 뭐야? 허공에서 허우적대고 있잖아. 꾸준히 너를 바칠 일을 잘 찾아봐, 그러면 정말 하고 싶은 게 생기겠지."


아직도 '나를 바칠 일'을 찾지 못하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지난 시절을 반추해보곤 했다.

내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힘들었던 일을 극복해낸 시간들, 특히 강렬한 기억은 오빠에게 끌리다시피 나선 지리산 종주, 지상과는 다른 선경이 펼쳐진 지리산에서 나는 울며 웃으며 산을 오르고 내려왔다.

"오빠, 다시는 나보고 산에 가자고 하지마"

하지만 내 한계에서는 죽음 같았던 그 시간은 여지껏 나를 설레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혼자이면서 함께임을 처절히 체험했던 시간들은 일행의 빈 카메라로 인해 마음안에 필름으로 강렬하게 남아 힘든 시간엔 꺼내보곤 하는 뿌듯함이기도 하다.


이 책은 탐험가이자 등반가이며 강연자이기도 한 엘리스 레빈의 에베레스트 등반에 관한 경험을 모티브로 경영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에겐 막연한 꿈 같은 그녀의 이야기는 골드만 삭스에 근무하며 에베레스트 등반팀을 꾸리는 과정과 등반에서 시작된다, 그녀가 건네는 이야기들은 누군가 뛰어난 사람이 에베레스트를 올라 깃발을 하나 꽂고 뉴스에 나오고 하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등반을 준비하는 훈련이며 팀원 구성에서의 주요한 요소며 등반하는 과정을 섬세히 펼쳐내고 있어 마치 내가 그 여정에 함께 하기라도 한 것과 같은 감흥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눈덮인 천왕봉에 오르기 위해 오빠가 버팀이 되어주고 나는 오빠를 딛고 넘었던 까마득해보이던 바위와 바위 사이가 다시 떠오르고 낯모르는 이들과 서로 나누고 토닥이던 정겨웠던 기억들, '세상은 정말 좋은 사람이 많구나' 하는 느꺼움이 눈을 끓여 마시던 커피에서 느껴지던 아침, 그러나 정작 산을 오를 때는 각기 자신의 짐을 지고 여럿이지만 혼자의 길을 가야만 한다는 것을 경외로움 속에 배웠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팀원이라고 해서 리더만 바라보다 우왕좌왕하다 보면 죽음을 맞게 되는 등반길에서 누구나 다 리더여야 하고 강한 에고를 가져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다른 이에게 의존하고 싶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책임감이 결여된 내 모습이 비춰져 자만심이 아닌 에고를 키워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곱씹고 곱씹을 그녀의 이야기는 그저 흩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에베레스트의 빙벽처럼 마음에 단단히 굳혀지는 힘이 있다. 상황에 비추어보지도 않고 다른 이를 쉽게 판단하는 것, 자신의 신조를 갖는 것, 다른 이가 내게 기댈 수 있게 성장하는 것,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 뒤로 물러설 줄 아는 것, 정상에 오르며 체험한 것들을 그녀는 온몸과 마음으로 전해주며 나만의 홀로서기를 추구하라고 일깨워준다.


오늘도 내일도 삶이라는 산을 오르고 내리는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가겠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야겠다. 산은 거기 있고 나는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며 단지 자신에게 솔직히 순간순간을 채워가는 것으로 족하도록 산소를 아껴가며 노력할 것이다.

그녀와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썰매를 타고 극지를 가며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기도 하고 로프를 감고 다른 이와 의지하여 빙벽을 오르기도 하얼음 아래 그을린 얼굴을 하고 얼핏 오로라를 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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