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포크 트래블 - 세계를 바라보는 더 느린 방법
존 번스 지음, 김선희 옮김 / 윌북아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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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포크 트래블

KINFOLK

TRAVEL




이 책은 또한 세상을 천천히, 느리게 바라볼 것을 권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차분하게 깊이 바라보자. 덜 움직이면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말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천천히 여행하면 주변 환경과 사물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다. 이는 당신과 당신이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p.11)

'들어가며'라는 글을 읽으면 '킨포크 트래블'에서 독자들에게 권하는 여행 철학을 알 수 있다. 나는 이 철학이 꽤 마음에 든다. 발견하고 천천히 음미하며 여행하는 곳을 본인에게 흡수하는 것이 진짜 내가 원하던 여행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좋은 건, 흔하고 똑같은 여행 방법이 아닌 정말 그 장소를 오로지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진짜 여행을 설명한다. 더 마음에 든다. 만약 도장깨기 처럼 모두가 가야만 하는 장소나 음식점 포토스팟보다 더 특별한 여행을 찾고 있다면 킨포크 트래블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이 책의 중간중간에는 여행과 관련된 에세이가 함께 들어있다. 이 에세이들은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기도, 날카로운 충고를 기억하게도 한다. 에세이를 읽음으로 여행을 갈땐 가방에 담아야 하는 필수용품만큼이나 중요한 것, 올바른 여행자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자연과 관련하여 여행자가 가져야 하는 윤리는 절대 잊지 말아야 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음으로 한 가지 더 배운 것이 있다면, 내가 그동안 편안한 여행만 추구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된 점이다. 뉴질랜드 편의 본문에 적혀있는 내용인 "차에서 내려 곧장 리조트 침대로 펄쩍 뛰어들거나 인공 수영장으로 퐁당 뛰어드는 편안한 여행이 아니에요. 약간의 배짱과 용기와 땀이 필요하지요."라는 글을 읽고 여행을 하는 나에게 용기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킨포크 트래블 같은 여행을 원하는 나에게 앞으로는 용기도 꼭 챙겨가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에세이 'GPS의 장단점'에 나왔던 말처럼 길을 잃어볼 용기 또한 가지면 좋겠다. 삶의 오아시스 같고 활력소가 되어 줄 모든 여행에 킨포크 트래블이 말하는 정신을 언제나 기억해야지. 정말 좋은 책이었다 :)




[인상깊은 문장들]


들어가며

당신이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이 책에서 소개한 목적지가 멀게 느껴지기도, 가깝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여행의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책은 장소가 아닌 발견의 태도로 여행에 접근한다. 즉 어디로 갈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집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 2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가는 것만큼 영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한 세상을 천천히, 느리게 바라볼 것을 권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차분하게 깊이 바라보자. 덜 움직이면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말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천천히 여행하면 주변 환경과 사물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다. 이는 당신과 당신이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p.11)

서울, 대한민국

서울의 거리를 달리다

"나가서 그저 한 방향으로만 달리세요. 길을 잃어도 상관없어요. 만약 길을 잃었다면, 언제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돌아올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또한 이 도시를 볼 수 있는 멋진 방법이지요. 서울은 꽤 안전한 도시입니다. 그러니 조금 더 야심 차게, 모험심을 품고 달려도 좋아요."

리 맥퀸은 서울을 알기 위해서는 달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믿는다. "달리면 주변 환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정 거리를 도보로 지날 때 생기는 특별한 친밀감이 있죠. 환경을 느끼고, 야생동물을 보고, 냄새를 맡고, 계절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동차 안에 갇히면 이 모든 걸 놓쳐버리죠." (p.28)

볼티모어, 미국

볼티모어의 서점들

여행하며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력적인 도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곳 볼티모어가 안성맞춤이다. 작가 왓킨스D. Watkins는 독특한 동네 서점에서부터 급진적인 독서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볼티모어의 문학적 유산을 둘러보라고 말한다.

한때 도시 전역의 나무 벤치에 '볼티모어:독서의 도시'라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었다. 볼티모어가 지닌 문학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거트루드 스타인, F. 스콧 피츠제럴드, 에드거 앨런 포의 집에 가볼 수도 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소설가 앤 타일러는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11권의 소설을 발표했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타네히시 코츠도 볼티모어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 윌리엄 폴 코츠는 '블랙 클래식 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출판사는 아프리카계 작가의 책을 전문으로 펴낸다. (p.83)

로토루아, 뉴질랜드

뉴질랜드에서의 와일드 웰니스

뉴질랜드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온천 탕에 가려면 풀밭을 지나 걸어가야만 한다. 몇 시간 또는 며칠을 하이킹하고 때로는 정부가 관리하는 단출한 오두막에 머물러야 할 때도 있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이를 '트램핑'이라고 부른다. 빈센트는 이렇게 말한다. "차에서 내려 곧장 리조트 침대로 펄쩍 뛰어들거나 인공 수영장으로 퐁당 뛰어드는 편안한 여행이 아니에요. 약간의 배짱과 용기와 땀이 필요하지요."

혹스 베이의 카웨카 삼림공원에 있는 만가타이노카 온천에 가려면 3시간 동안 덤불을 헤치며 울퉁불퉁한 땅 위를 걸어야 한다. 모하카강 옆의 마누카 대지에 위치한 웅덩이 3곳은 물을 조절하는 밸브만 갖추고 있는데, 이곳에서 나무가 이루어 놓은 지붕의 놀라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빈센트는 이렇게 은밀하게 숨은 보석과도 같은 온천에 가려면 조금 더 대담해야 한다고 말한다. "뉴질랜드에서 온천을 즐기려면 모험심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사람의 발자취를 찾기 힘든 길을 걷는 경험에 마음이 끌려요." (p.138)

바트로운, 레바논

레바논의 포도원에서

밀물과 썰물을 지배하는 우주의 강력한 힘은 하브의 계단식 밭에서 자라는 섬세한 껍질에 싸인 포도 속 과즙에도 동일한 자력을 발휘할 것이다. 지금 레바논이 처한 상황은 너무나도 버거워 보이지만, 이 땅의 깊은 역사 앞에서 보자면 잠깐의 격동에 불과하다. 이 땅은 페니키아, 로마, 오스만 등 수많은 제국의 흥망성쇠에서부터 도시 전체를 휩쓸고 해안선을 무너뜨린 지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격변을 겪었다. 자연의 순환이 주는 교훈은 레바논에 가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흔적은 하브의 와인 한 병마다 가득 찬 테루아 속 풍미에 담겨 있다. (p.172)

도데카네스제도, 그리스

그리스 섬 주변 항해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일정을 짭니다. 우리가 원할 때 일정을 변경하고요. 아름다운 외딴 해변을 보거나 마음에 드는 곳이 나오면 그냥 거기에 머뭅니다. 그리스인들이 말했듯이 '시가 시가siga siga('천천히')', 주변과 하나가 되는 느린 여행을 추구합니다." 암스트롱 선장의 도데카네스제도 여행 코스에는 해면으로 유명한 칼림노스섬, 바가 딱 하나밖에 없고 무인도에 가까운 니소스섬도 포함되어 있다. 암스트롱은 또 이렇게 말한다. "코스처럼 큰 섬에서는 그저 그런 현지 문화를 경험하게 될 테지만, 이런 섬에서는 현지 생활의 진정한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들염소 떼를 만나거나, 2000년 된 고대 유적을 발견하거나, 해변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현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있지요." (p.301)






에세이ㅣ다프네 데니스의 글

진정한 여행이라는 신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진정한 여행은 해외 생활을 경험하면서 그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는 것이다. 외국인으로서 그 사회를 체득하고 들여다볼 때 비로소 자신이 그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이야말로 순전히 소비주의적인 일방적 접근에서 탐험하는 장소와 어우러지는 양면적인 관계로 전환하게 해준다. 진정한 여행은 알지 못하는 리얼리티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계와 그 안에서의 우리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p.107)

에세이ㅣ핍 어셔의 글

흔적 남기지 않기

"소셜미디어 위치 태그가 야기하는 2차 파급 문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여덟 번째 원칙과 관련해 이슈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이처럼 한 장소를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은 일종의 침략과도 같으며, 야생의 가치, 그리고 야생을 즐기는 다른 사람들의 즐거움을 빼앗아 갑니다." LNT는 타인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야생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려 노력한다. 세상의 빈 곳이 계속 줄어들면서 우리의 책임도 무거워졌다. 그러나 인간의 손이 타지 않은 야생에서 자연을 경험할 때 발견할 수 있는 가치는 소로가 처음 자신이 지은 오두막으로 이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여전히 강력하게 남아 있다. 쇼클리는 이렇게 말한다. "자연을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게 중요합니다." (p.221)

에세이ㅣ아나 킨셀라의 글

GPS의 장단점

아르캄볼트가 지적했듯이, 지도는 단순히 어딘가에 도착하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를 의미한다. 아르캄볼트는 이렇게 말한다. "인공위성 덕분에 길을 잃지 않는 건 정말 좋은 일이긴 하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길을 잃는 건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커다란 스릴 중 하나입니다. 길을 잃으면 놀라운 일이 일어나지요. 그러니까, 낯선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면 안 될 이유가 없잖아요. 이러한 사소한 상호작용은 사회가 엉망이 아니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선하고 나름대로 특별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지요." (p.341)







※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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