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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리커버 에디션, 양장)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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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 ‘파이 이야기'에서 주인공 파이는 자신의 ‘태평양 표류 이야기’를 믿지 않는 어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그대로죠, 안 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 붙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게 아닌가요?”(p.374)
언제부턴가 사람의 인생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삶은 그가 세상을 이해하는 그대로를 바탕으로 둔, 아주 긴 이야기이다. 삶 속 사건들이 실제 일어난 일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떤 경험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그 경험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지 못할 테니까.
그러므로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면, 내 삶에 무엇을 갖다 붙일 건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뭔가를 잘 갖다 붙인 경험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힘을 가진 이야기가 된다. 운이 좋으면 나의 이야기가 소설로, 혹은 영화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영화 같은 인생을 산 사람이 되는 것이다.
캐나다 작가 얀 마텔과 인도 소년 파이는 동물들을 갖다 붙인 표류 이야기를 선택했다. 일본 운수성 해양부 직원들 또한 그 쪽을 택했으며, 영화감독 이안은 그것이 더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했다. 나도 그 쪽이 더 나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이에나와 얼룩말, 오랑우탄과 벵골호랑이가 있는 편이 더 마음에 든다. 그게 더 멋진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선택하는지 잘 지켜보면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조금은 알 수 있다. ‘동물이 안 나오는 이야기’와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 이 둘 중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