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일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9
기 드 모파상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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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후, 그들이 방에서 내려왔을 때, 사람들이 등 뒤에서 웃고 수군대는 것만 같아, 잔느는 마주치는 사람들 앞을 지나갈 용기조차 없었다.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민한 부끄러움과 본능적인 섬세한 배려를 지니지 못한 쥘리앵이 그녀는 내심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두 사람이 마음속까지, 생각의 깊은 곳까지는 서로 통하지 못하리라는 것, 때때로 포옹은할지라도 하나로 융합되지는 못한 채 평행선을 걸어가게 되리라는 것, 우리 각자의 정신적 존재는 일생 동안 고독하게 머물러 있으리라는 것을 처음으로 예감하며, 그와 자신 사이에하나의 베일, 하나의 장벽이 놓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P100

쥘리앵은 여성의 그런 흥분 상태를 이해하지 못했다. 작은감동이 천지개벽처럼 마음을 움직이고, 미세한 느낌이 큰 변화를 이끌어 와서, 환희의 절정에 이르게도 하고 절망의 심연에 빠뜨리기도 하는, 사소한 것에서도 깊은 영향을 받는 그 감수성 예민한 존재의 마음속 동요를 쥘리앵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 P105

남작은 미소를 머금고 다가와서 손을 활짝 펴고 활활 타는난롯불에 쬐면서 말했다. "아아! 오늘 저녁 불 잘 탄다. 밖엔얼음이 언다, 얘들아, 얼음이 얼어." 그리고 그는 잔느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불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라, 아가야, 이게 이세상 최상의 것이다. 타는 난롯불, 불가에 둘러앉은 가족, 이이상의 가치는 없어. - P120

잔느는 자신의 마음이 넓어져서 보이지 않는 것들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불현듯 들판에 흩어져 있는 작은 빛들이 모든 인간의 고립에 대한 생생한 감정응 그녀에게 불러일으켰다. 모든 것이 사람들을 흩뜨리고 분리하면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멀리 데려가는 듯 보였다.
이윽고 그녀는 체념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생이란 늘 즐거운 것이 못 되죠."
남작이 한숨을 쉬었다. "얘야 어쩌겠나이다, 우리처럼 어쩔 수 없는 것이랍니다." - P140

잔느는 나날이 더 애가 타서 부모님을 기다렸다. 자식으로서의 정 외에도, 자신의 마음이 정직한 다른 마음과 접촉해야할 새로운 필요성을 절감했던 것이다. 일생 동안 모든 행동,
모든 생각, 모든 욕망이 항상 곧았던 순수한 사람들, 일체의치욕과는 무관한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고 싶은 욕구였다.
이제 그녀는 타락해 가는 모든 사람들의 양심 한가운데서자신의 양심이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갑자기 위장하는 기술을 배웠다 할지라도, 비록 그녀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손을 내밀어 백작 부인을 맞았다 할지라도, 그녀는 공허감과 인간에 대한 경멸감이 점점 더 커져 자신을 휩싸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매일같이 들려오는 그 고장의 하찮은 소문들은 그녀의 마음에 더 큰 혐오감과 인간에 대한 더 심한 경멸감을 불러일으켰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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