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양장 특별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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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단순하게는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사랑을 탐구한 소설이라고 느꼈다. 겨울 냄새 가득해서 이 계절에 읽기 너무 좋고, 덮고 나서도 여운이 가시질 않아서 멍해진다…ㅠ.ㅠ


사실 초반에는 문체가 적응이 어렵고 말줄임표를 자주 사용하는 게 취향은 아니라서 진도가 더뎠다. 그런데 딱 주인공 둘의 첫만남을 기점으로 스토리에 흡인력이 생기는 게 신기했다. 


화자는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 나름 잘생긴(?) 남성인 듯한데, 외적인 요소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회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개인적인 서사가 설득력 있게 전개되어 그 설정이 억지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못생긴 여성이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나, 라는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그녀의 ‘못생김’에 초점을 두지 않는 전개 방식이다. 그게 참 좋았고, 소설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는 텍스트 속에서 외적 요소를 계속해 바라보지 않아도 되고, 대신 그녀가 밥 딜런을 좋아하는 것, 책을 좋아하고 고궁을 걷고 싶었다는 사실에 집중하게 된다. 화자가 그녀의 내면을 사랑한 경험을 독자들도 그대로 하게 되는 것만 같다.


다만 여성 독자로서 그녀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은 마음 때문에 아쉬움도 조금 남았다. 첫 번째 엔딩 속 독일에 사는 그녀가, 한국 사회의 외모 강박에서 벗어나 삶을 누리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어떻게 사회를 비판하고 마침내 벗어났는지. 


이런 부분을 더 다루었다면 외모 강박과 이로 인해 여성이 받는 억압에 대해 더 구체적인 성찰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소설이 결말 전까지 남성 화자의 입장으로 전개되기에 여기까지 다루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겠지만…ㅠ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예쁘든 못생기든, 잘생기든 평범하든, 모든 사람은 시시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음으로써 내면의 빛을 발견한다는 것. 개인적으로도 와닿는 사유라 더 짙은 여운을 느낀 것 같지만, 작금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기억할 가치가 있는 메세지라고 생각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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