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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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빗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제공받아 완독 후의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
- '무덤들로 무덤을 만들었구나.' (...)
처절한 의미를 품고 각지에 흩어져 있던 능욕의 흔적들이
최소한의 예우도 받지 못한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아버지의 말처럼 더 약한 자에게 쏟아지는 폭력을 제어하지 못하는 무너진 공권력은 전쟁을 낳는다고.

- 그동안 우리 마을을 지켜주던 신은 하늘에서 온 이가 아니더라.
대대로 마을에서 가장 처참하게 당한 사람이더라.

- 근데 어머니, 시람을 벌레처럼 죽이는 것도 어디서든 똑같이 일어나는 일일까요?

- 이 와중에 조선인들은 항변조차 할 수 없었다. 남루한 차림, 지친 표정, 무기력한 눈빛, 슬픔과 두려움에 짓눌려 절망한 어깨를 보이는 이들은 모두 조선인들이었다.

- 같이 싸웠다고, 그때 곁에 있었다고, 같이 울었고 함께 버텼다고, 모두 저항했다고. 비록 여기서 죽더라도 가진 것 없는 자들이 함께했다는 기록만은 남길 바랐다.

- 약자에 대한 혐오가 조장되고 장려되는 한, 민중의 민중에 대한 학살은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민호는 알았다.

✏️
1923년 9월 1일에 일어난 관동대지진.
그리고 조선인 대학살.

여전히 낫지않고 곪아 있는 역사속의 처절한 아픔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익 단체의 장학생 다카야와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역사의 한 부분을 제대로 알려고 하는 한국인 민호.

책을 읽으며 죽음과 생을 반복하는 4번의 루프를 함께 겪는 듯 했다.
생생하게 쓰여있는 1923년의 처절한 조선인들의 삶을 나는 안전하고 평온한 곳에서 읽어내려가는 것이 죄스럽기도 했다.

지진이라는 자연재해 이후, 조선인들을 강간범, 절도범, 방화범 등으로 몰아가고 이들을 학살하는 자경단들이 꾸려지며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억울하고 비통하게.

관동대지진 100주년에 나온 이 소설은 우리를 그 시간 속으로 데려다 놓는 듯 했다. 그 아픈 과거의 시간 속에 내가 살고 있었다면 나는 과연 달출처럼 다른 이들을 구하려 하고, 일본에게 맞설 수 있을까.

제목 그대로 우리는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아픈 역사를 과거로 돌아가 되돌릴 수 없다면 잊고 살지는 말야아 한다.
그들은 여전히 은폐하고 부인하고 사과하지 않으니,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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