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조그 1 펭귄클래식 116
솔 벨로우 지음, 이태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솔 벨로’라는 작가에 대해 전혀 몰랐다. 이러니 그의 작품 <허조그>에 대해서도 아예 정보가 없는 백지상태였다는 사실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닐 터.

평소에 인문학 서적과 추리소설에만 열중해 온 독서편식이 심한 나에게 2권으로 이뤄진 펭귄클래식의 허조그는 그야말로 힘든 상대였다.

 

허조그를 읽으면서 비로소 알게 된 솔 벨로는 미국 현대 작가 중 가장 지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서구의 문화 전통 전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윌리엄 포크너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뒤를 잇는 현대 미국 문학의 거장이다. 1976년 <험볼트의 선물>이라는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많은 독자와 평론가 사이에서 손꼽히는 허조그는 이혼한 아내와 친구의 불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솔 벨로 자신의 이야기를 유려한 문학적 필치로 솔직하게 써 내려간 자전적인 소설이다.

 

솔 벨로는 허조그라는 작품을 통해 완벽한 대위법적 형태를 차용하여 고통 받는 인간에 대한 탁월한 묘사를 보여준다. 두 번의 이혼과 실직의 아픔 속에서도 허조그는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다. 물론 그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 날 수는 없어서 닥치는 대로 편지를 써 대기는 하지만 말이다.

 

또한 솔 벨로는 허조그의 작품 배경으로 다양한 미국적인 무대를 제시함으로서 어려운 시대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담아낸다. 즉, 허무와 비관에 허덕이는 그 시대의 모더니즘에 ‘모지스 허조그’ 라는 인물로 분한 솔 벨로 자신의 감정과 사상이 강렬하고 충만하게 용솟음 치고 있음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그 당시 지나친 지성적 고뇌와 갈등에 빠진 나약한 지식인에게 고하는 날카로운 일침인 것이다.

 

나에게 허조그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동안 고전을 비롯한 순수문학장르를 멀리 해 온 내가 하필 이렇게나 심오하고 난해한 소설에 도전해야 한다니....... 책을 받아 들고서는 며칠을 전전긍긍하다 겨우 책장을 넘겼을 정도로 솔직히 내게는 매우 벅찬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고전에 열광하고 끊임없이 회자되는지를 말이다. 지금까지 읽어 온 작품들과는 또 다른 세계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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