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아이 힘찬문고 23
손창섭 지음, 김호민 그림 / 우리교육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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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사건전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전반부에서는 어려운 생계를 꾸려가면서 생기는 몇몇 싸움사건을 다루고 있고,  후반부에서는 불쌍한 "영실"이의 정체성을 찾아주기 위해서 "인구"네와 싸우게 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부모없이 자란 주인공 "강찬수"는 병든 몸으로 행상을 하는 할머니와 어린나이에 공장에서 돈을 버는 하나뿐인 누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외상값 1,700원을 갚지 않은 "상진"이네 엄마 때문에 일어난 싸움의 시작이 결국은 외상값도 받지 못한 채 허무하게 끝이 난다.  여기서 상진이 엄마는 상진이에게 용돈 80원을 주기도 하고 1,000원짜리 여름옷을 새로 맞추어주는 등 돈이 없는 형편도 아닌데 처음부터 왜 외상값 1,700원을 갚으려 하지 않아 이사하는 날 싸움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유가 없어 개운치 못한 부분도 있긴 하다.  찬수는 직장 잃은 누나의 일자리를 찾으러 다니고, 생계를 위해 신문배달을 하고, 시장에서 어려운 사람을 돕기도 하며, 이 이야기의 후반부 전체를 차지하는 불쌍한 영실이의 새로운 삶을 살게 도와주는 일을 하면서 여러번 싸우는 일이 벌어진다.

  싸우는 아이 찬수는 공연히 남을 괴롭히는 못된아이는 아니다.  싸움의 원인을 캐보면 절대로 이유없는 싸움이 아니다.  그러나 이 싸움뒤에는 용서나 화해 또는 뉘우침이나 깨달음도 없어 두드러진 성과 또한 별로 없다.  그러나『싸우는 아이』찬수는 내세울게 아무것도 없는 가난했던 현실속에서 몸을 부딪쳐 싸워서라도 지키고 싶은 자존심과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표현하는 안타까운 몸부림인 것 같다.

  이 소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삽화를 보면 신발이며, 옷차림 등 남루했던 그 시절의 일상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전봇대에 대한 명칭을 전봇대, 전신주, 전선대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되어 있기도 하며, 가끔씩 억울한 상황에서 찬수가 외치는 "도둑놈, 깡패, 강도"라는 말과 힘있는 자들의 "죽여버린다"라는 말에서 그 시절 사회전반적인 기운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소설은 초여름부터 시작하여 스산한 가을과 혹독한 추위의 겨울을 지나 희망을 안고있는 이른봄에 이르기까지의 계절의 흐름과 함께 사건이 전개되어 가난과 함께 멈춘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의 활로를 모색해 주려는 우회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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