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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와 늑대 ㅣ 눈높이 어린이 문고 23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지음, 유기훈 그림, 작은 우주 옮김 / 대교출판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미약스가 말하는 지명 하나하나에 동그라미를 쳐가며 이 세상의 끝 북극의 광활한 툰드라평원에서 펼치는 용감한 소녀와 함께 의리 있는 늑대 아마록을 만났다.
이 책 제목의 줄리는 미약스의 미국식 이름이고, 미약스는 줄리의 에스키모식 이름이다.
줄리가 4세 때 엄마가 죽은 뒤 아버지는 메코유크에 있는 모든 생활을 버리게 되자 9세 때 마사할머니와 살게 된다. 사냥을 떠난 아버지는 행방불명이 되고 아버지 친구 나카 아저씨 아들 대니얼과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줄리의 나이 13세 때 나카 아저씨를 따라 배로로 간다.
북극 지방에서 일찍 결혼을 시키는 것은 관광객들에게 팔 물건 만드는 일손을 구하기 위함이었으며, 남편 대니얼은 조금 모자라는 편이었고, 나카 아저씨의 참 모습은 알콜중독에 백수건달이었다. 줄리는 “두려워지면 지금 하고 있는 방식을 바꿔 봐야 해” 하며 그 집을 뛰쳐나간다. 줄리를 버리고 미약스가 되어 위대한 사냥꾼의 딸처럼 빙하를 타고 떠난다.
빙하가 밀려 간 곳에서 길을 잃게 되고 툰드라평원에서 늑대 아마록을 만난다. 늑대는 의리 있는 동물이며 서로 사랑하고 아껴준다는 걸 알았다. 사람도 늑대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늑대들은 그 사람도 형제처럼 아껴준다. 소화시킨 것을 다시 뱉어내어 이유식처럼 먹이는 모습은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 새끼들이 자라는 것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늑대들은 날짜에 연연하지 않는다. 아이들 제각각의 자람보다는 날짜에 연연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미약스도 자연의 움직임을 보며 날짜와 시간을 알고 툰드라평원의 생활에서 칼, 바늘, 성냥 등 사소한 물건의 소중함을 새삼 알았다. 에스키모들은 과학자나 다름없다. 식물, 동물, 기온을 이용하여 혹독한 북극에서 삶을 꾸리는 일은 달에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만큼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 아름다운 대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사냥과 전쟁으로 인하여 자연이 파괴되었다. 늑대가 사라지면 순록이 많아지고 동물들이 죽으면 결국 모르는 사이에 사람이 먹고 사는 다른 생명체들도 다 사라져 버려서 북극은 침묵의 땅이 되고 마는 순리를 거스르는 문명이 다가옴을 느꼈지만 자신을 지켜주던 늑대 아마록은 사냥꾼에 의해 죽게 된다.
이기적인 인간문명에 실망한 미약스는 에이미라는 펜팔친구에게 가려던 꿈을 포기하고 그 곳에서 에스키모식으로 살기로 결심한다. 이글루를 짓고 카푸라는 늑대와 새 한 마리를 데리고 생활하던 어느 날 관광객인 한 가족에게서 우연히 아버지 카푸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은 아버지 카푸첸이 가난한 캉직마을을 부유한 마을로 만든 지도자라고 하였다.
미약스는 부푼 마음으로 아버지를 찾아 가지만 백인 교사와 재혼을 했고, 비행기를 이용하여 사냥을 하고, 사냥을 통하여 부를 누리고 있었던 것을 알았다. 실망한 미약스는 툰드라평원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아버지 집을 나섰다가 무언가를 결심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제1부 『줄리와 늑대』는 끝이 난다. 제2부 『줄리』에서 문명인 아버지를 미약스가 어떻게 변하게 할 것인지 기대가 된다.
북극생활의 지혜와 정보를 연구하는 “북극연구소”가 있다고 한다. 이에 못지않은 『줄리와 늑대』는 북극지방의 다양한 동.식물이 등장하며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도 알 수 있고, 북극지방 사람들의 지혜와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준 책이다. 과학책을 달달 외우기보다는 북극에 대하여 궁금하다면 『줄리와 늑대』를 읽으면 좋겠다.
대자연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에스키모들은 지혜와 용기와 사랑을 지닌 사람을 “부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물질문명을 가까이 하는 우리 보다 훨씬 고귀한 삶을 사는 그들에게 경외감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