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 오늘의 불안을 이기는 내일의 경제학
이원재 지음 / 어크로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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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니즘의 실패, 낙수효과의 실패>

 

 

2015년에 출간된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에서 지적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2년이 지난 후인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그간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으니 저자의 지적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저자의 주장은 거칠게 요약하자면, 대한민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빠르게 성장하여 세계 10위권의 국가가 되었는데 국민들(청년들)의 삶은 날로 빈곤하고 불행해져 가고 있다.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데 정작 근로자들이 그 혜택을 실감하지 못한다는것은 결국 '전체 파이의 크기가 커져야 1인당 돌아가는 몫도 커진다'는 소위 낙수효과가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업은 점점 부유해지는데, 근로자와 국민은 점점 더 살기 힘들어졌다. '자살률 OECD 1, 헬조선, 공시족 25만명'이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절망적이다. 취업만 하면 가족이 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살았던 세상,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차리면 여생을 꾸리는게 아주 어렵지는 않았던 세상에서,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하지 못하면, 결혼도 출산도 집을 가지는 것도 포기해야 하는 3포 또는 5포세대는 언제든 빈곤층으로 굴러 떨어질 수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누구든지 살아남아야만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각자도생의 시대, 그렇다면?>

 

저자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쉽지 않은 문제이기에 기업의 자율이나 개인의 선택에 맡기기에는 역부족이므로, 국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년에게는 도전이 가능하도록 정책적 투자, 지원 등을 하고, 노년층에는 연금과 같은 빈곤을 피할 수 있는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덧붙여 정책으로만 끌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성장보다는 함께 잘 살기를 고민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은 너무나도 타당하다. 너무나 맞는 말이라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고려해보면 과하게 이상적이고 낙관적인 의견인 것 같기도 하다. 저자 역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1인으로서 미래가 조금이라도 나은 사회가 되길 바라는 바람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한다. 나 역시 내 딸이 살아갈 사회는 절망보다는 희망이, 무기력 보다는 도전정신이 넘치는 사회이길 간절하게 바란다.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어떤 약속이 있을까요? 그 약속은 온전한가요?
사회는 우리에게 고등학교 때까지 입시지옥을 잘 참아내고 대학만가면 광명의 길이 열린다고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깨어졌습니다. 대학생들은 다시 입‘사‘지옥으로 향합니다. 대학 시절 청춘을 반납하고 영어 공부와 학점 따기에 매진하여 취직만 하면 자유의 몸이 된다는 약속을 다시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도 깨어집니다. 비정규직이라 늘 불안하고, 정규직에 진입해도 곧 정년을 맞는다는 사실에 불안하고, 직장을 벗어나면 의지할 곳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합니다. 평생 열심히 일하면 여유로운 노년을 맞는다는 약속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른 퇴직과 자영업 실패를 거쳐서 병과 가난에 찌든 노년이 기다린다면 어떤 심정이 들까요?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영국 위릭대 명예교수와 나눴던 문답이 떠오릅니다.
...
제 질문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1인당 소득이 수십, 수백 배 늘어난 나라입니다.경제 규모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불안과 불공정에 시달립니다. 게다가 최고의 자살률과 최악의 청년 실업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이 계속 이어지고 소득이 더 늘어나고 그 과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분배하면 해결할 수 잇는 문제일까요? 아니면 성장과 소득 중심으로 짜인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시기일까요?"
그랬더니 그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올바른 질문은 성장함으써 그 공동체가 갖고 있는 필요가 해결되는가에 있습니다. 성장만으로는 불평등 같은 여러 사회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판명이 났습니다. 다른 처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정말로 답하려면 먼저 그 공동체가 원하는 필요가 어던 것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
결국 좋은 삶이 어떤 것인지, 즉 어느 정도의 소득 수준, 인관관계, 사회 참여가 있어야 만족스러운 삶인지 우리가 직접 정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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