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일어난 광주 민주화 운동은 나에게는 먼 역사였다. 그 일을 책에서, 영화에서 접하였던 나에게는 그저 먼 감각으로 그 지역 사람들은 아버지, 삼촌, 친구의 일이었을텐데 그 기억을 어찌 잊고 살아갈까 싶었을 뿐이었다. 이 소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배경이다. 소설이긴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중학생 동호부터 대학생 선주까지 대부분 나이 어린 소년, 소녀들이다. 그들과 그들의 가족이 겪은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데, 어린 그들이 겪었던 일을 지켜보면서 그저 답답하고 먹먹했다.
당시 사건에 대해서 사법부는 전두환에게 반란, 내란수괴죄로 무기징역을, 노태우에게는 반란, 내란 주요 종사죄 등으로 징역 17년을 선고하여, 당시의 사건이 엄중한 범죄였음을 인정하였다(대법원 1997.4.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유족들을 포함하여 그 때의 일을 겪은 사람들이 그 일이 잘못된 일이었다는 것을 인정받기까지 17년이 걸린 것이다. 그러나 전두환, 노태우는 1997년 12월 사면되었고 여생을 보내고 있다.
책과 자료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의 자료를 봐왔지만, 아직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의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살해되는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이 그 이후로 '국가'를 어찌 믿을수 있었을까. 그 일을 직접 겪었던 사람들은 어찌 제 정신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었을까.
다시 태극기 이야기로 돌아와서, 얼마 전 3.1.절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에서 '태극기'를 게양해야할 지 말아야할 지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태극기가 대한민국의 국기가 아닌, 다른 무엇을 상징하는 것으로 읽혀지는 요즈음이기 때문이겠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 속 희생자들의 사체를 태극기로 둘러싸고, 관을 태극기로 애써 감싸던 모습이 태극기집회의 모습과 계속해서 겹쳐 보였다. '재밌게 읽은 소설이었다'라고 평하기에 지금의 현실이 그닥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