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며 감탄했던 부분은, 작가 본인의 여성이나 노인과 같은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남다르다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변호사가 되어 법원에 가게 되었을 때 법원 정문 앞에 자극적인 문구가 적혀진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피켓에 적혀진 대상은 본인이 겪었던 사건의 상대방이기도 했고, 상대방 변호사나, 검사나, 판사를 향하고 있기도 했다. 처음 본 나도 그 장면을 보고 놀라서 한참 동안의 피켓의 글씨들을 읽었었는데, 나 역시도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이라 '무슨일일까, 안타깝다.'는 생각보다는 '저 사람들은 왜 저럴까.'하는 생각이 더 많았다. 하물며 매일 아침 출근하며 그 장면을 보는 판사들은 어땠을까. 책에서 작가는 주인공인 박차오름 판사가 법원 앞 피켓시위를 하는 노인과 한참을 이야기하는 장면을 그렸다. 역시 소설은 소설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판사가 쓴 소설에 그런 주인공이 등장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소설에는 여성과 남성의 대립관계가 많이 등장한다. 지하철 변태 아저씨와 피해자 젊은 여성, 대학 교수와 그에게 준강간을 당한 여 제자, 부장판사와 젊은 초임 여자 판사. 이런 상황에서 의협심 불타는 박차오름 판사는 매번 감정이입을 하면서 분노한다. 분노하는 박차오름 판사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같은 재판부의 선배 판사인 임바른 판사는 박차오름 만큼이나 같이 분노하고 행동하지는 못하지만,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젠더법연구회에 청일점으로 나간다던지, 다른 결론을 한번 더 고민해본다던지.
소설 속 임바른 판사는 애초에 여성문제에 관심은 없었으나, 사법부의 묘한 줄세우기 문화, 보수적인 상명하복 문화를 불편하게 여겨왔다. 그런 분위기를 깨는 발언을 하기 시작하고, 박차오름 판사의 모습을 보면서 여성문제에도 조금은 달리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임바른 판사가 문판사 본인을 투영한 캐릭터로 보여졌는데, 왜 문판사의 칼럼들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을까 이해가 되었다. 지금 문판사의 또 다른 책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있는데, 그의 여러가지 생각이 참 공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