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레드 에디션, 양장)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최근 서점가에서 핫한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읽었다. 사실 나는 '빨강머리 앤'의 시대는 아니다. 어릴적 TV에서 빨강머리 앤이 방영되는 것을 몇 번 본 적은 있었는데(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79년부터 80년까지 방영되었다고 나오는데 내가 본 것은 재방영이었나보다.) 어린아이였던 나의 눈에 빨강머리 앤은 '만화 답지않게 별로 재미없는 만화'였다. 이렇듯 빨강머리 앤에 대한 추억이 빈약하다보니 이 책 역시 마구 끌리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책이 너무 이뻤다. 빨강머리 앤 애니메이션의 동화적인 장면이 책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책의 디자인이 손길을 저절로 가게 만들었다. 책 디자인이 훌륭한것도 이 책이 요즘 인기를 누리는데 한 몫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의외로(?) 아니 예상대로(!) 앤은 나이에 비해서 너무나도 성숙하고 현명했다. 그래서 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는 울림이 컸다. '아, 그래서 내가 빨강머리 앤이 재미없다고 느꼈구나.' 싶었다. 앤은 나에 비해서 조숙한 편이었고, 그래서 앤이 하는 이야기를 어린 나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백영옥 작가의 글을 처음 읽어보았는데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잘 읽혀서 첫 느낌이 좋아서 (칭찬 같지 않지만 좋다는 것이다.)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강머리 앤'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에세이를 쓸 생각을 어찌 했을까 싶다. 빨강머리 앤에 대한 향수와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보고 싶게 만들고, 또 백작가 팬들도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이니, 작품 기획력이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앤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수 없어서 재미를 더 많이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 시절 추억이 있는 독자라면 상당히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p. 119
매튜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도 앤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건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다. 매튜의 깊은 사랑으로 결핍 없는 독립체로 자랄 수 있었기 때문에, 매튜의 죽음에도 앤은 그토록 어른스럽게 처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p. 172
망설이는 이유는 그 결정으로 지불해야 하는 몫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우리이며, 그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몫이다.

p.175
내가 학교에 다니던 1990년대에는 체벌이 일상적이었다. 초등학생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한 선생님을 유독 미워했던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 그땐 내가 어려서 선생님의 속마음을 정말 몰랐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내가 그땐 너무 어려서 내 분노가 정당한 것이었다는 걸 표현하지 못했구나!"란 생각이 먼저 든다. ‘이해할 만하다‘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 한결 더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