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http://blog.naver.com/sur1n/220857724701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예술가는 출퇴근 시간도 없고, 밤에 활동을 하고, 술에 반쯤 취해있어야만 '영감'이 내려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존경하는 예술가이자 은사님들은 아침 일찍 작업실에 출근하여, 해가 지면 집으로 귀가하는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였다.

'창의력'과 '영감'은 마치 자유분방함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허상이며, 끊임 없이 시간을 들이고 성실하고 꾸준한 노력 끝에 창의적인 작품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수험가의 오랜 격언으로는 '고시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예술가 역시도 고시 못지 않은 엉덩이로 버티는 성실성이 필요한 것 같다.





라디오와 신문 지면 등을 통하여 연애, 인생 상담을 꾸준히 해왔던 저자는 살아가는데 중요한 5가지 태도가 1) 자발성, 2) 관대함, 3) 정직함, 4) 성실함, 5) 공정함이라고 한다.  그리고 연애, 직업 등 인생의 중요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답을 5가지 태도에서 찾는다. 연애 문제, 직장이나 진로 문제 등 인생의 시시콜콜한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한 해답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이며, 좀 더 구체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다 읽고 덮는 순간까지 구구절절 공감되는 구절들이 많았는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현실 생활에서의 평등"이라는 소제목으로 되어 있는 부분이었다. 40대 가정에서 일하는 여성이자,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면서 남편과 가사일 분배에 대하여 겪었던 갈등에 대한 에피소드였는데, 나 역시 4년차 워킹맘이자, 와이프이자, 엄마로서 시행착오를 여전히 겪고 있고 그러면서 남편과도 크고 작은 다툼을 겪고 있기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저자는 연예 상담으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일에 대한,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연애 이야기보다는 일과 사회에 대한 내용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더욱 좋았다. 저자가 오랜 기간 상담을 해오면서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딱 정해진 해답을 주지 않아왔던 것처럼, 이 책 역시도 고민에 대한 정답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현재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의 마음이 어떤지를 돌아보게끔 하여, 그 때마다 닥친 진로 고민, 직업 고민, 애인과의, 배우자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그래서 따뜻하게, 재미있게 읽었고 앞으로 5년 뒤, 10년 뒤 그 상황에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저 창작이라는 행위를 아무런 유보 없이 계속 사랑하기로 한다. ... 욕망했던 글 쓰는 일이 막상 자기 생업이 되는 순간 그 일이 기대를 배신하기도 한다. ... 저명한 작가들의 일하는 방식을 그린 인터뷰 모음집 <<리추얼 Daily Rituals>>만 봐도 세상에 자기 자신의 흔적을 남긴 창작자들의 남다른 엄격함과 성실함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 예술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밤늦게까지 술이나 담배를 하면서 글을 쓰고 글이 도중에 풀리지 않으면 영감을 얻겠다는 핑계로 훌쩍 여행을 떠날 것 같지만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책상으로 출근했다. ... 영감이 떠오르든 말든 일단 정해진 시간에 책상에 앉는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결혼이 인생에서 하나의 큰 획을 그어주면서 기분 전환이나 새로운 도전이 될 수는 있어도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결혼은 동화책에서처럼 "그들은 그 후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도 아니고 결혼 전 일상처럼 좋았다가 좋지 않았다가를 반복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삶이다. ... 그래도 나는 서로를 좋아하는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완전에 가까운 애정 표현은 결혼이라 생각하고, 결혼을 하면서 다른 인간에 대해 깊이 이해하거나 내가 이해받으려고 노력한다는 면에서는 결혼이 꽤 의미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결혼하면 "너를 행복하게 해줄게"라는 말은 그 순간에는 진심이겠지만 배우가 포함 그 어떤 가까운 인간관계도 나의 인생을, 나의 행복을, 내가 외롭지 않음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려면 현실적으로 무리할 수밖에 없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어떻게 흘러흘러 이렇게 되었다,는 말은 대개가 거짓이다. 무리하는 것이 되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원래 하던 대로 하고 있다면 내게는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날 수 없다. ... ‘무리‘라는 말이 버겁게 느껴지면 ‘최선의 성실함‘이라는 말로 대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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