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딸이고 엄마인데도 정작 그 딸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아들 같지 않게 딸아이는 징징댈 때도 많았고, 때론 섬세하게 내 기분을 살피기도 했다.
게다가 늘 오빠보다 그녀(딸)에게 같은 여자로서 이해를 바라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도 미안한 맘이 들고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어린 그녀(딸)을 조금 더 이해하고 보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신청했다.
저자는 정신 분석 상담 전문가로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 심리학 석사를 마치고, 서울 불교 대학교 대학원 상담 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금까지 1만여 회 이상 심리 상담 및 꿈 분석을 진행했다. 게다가 수도원 생활을 10년이나 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정신 분석 상담 전문가이다.
첫 장부터 사랑은 아들에게 하고 요구는 딸에게란 소제목에서 나는 너무 공감하고 말았다.
여성이 자신의 만족을 직접 채우기 보다 남편이나 아들, 즉 남성의 빈 곳을 메우는 방식으로 채우려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들은 태어나면서 집안의 남자를 챙겨줘야 한다는 암묵적 분위기를 배우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서 딸은 엄마가 자신의 연장선상에서 동일시하며 딸아이의 결핍을 채우지 않는다고 하니 나 스스로 되돌아보았다. 정말 딸은 스스로 하길 기다리고 아들은 그런 면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챙기는 있는 나를 발견했다.
또한 대다수의 엄마들이 남자 (남편, 아들)은 챙겨줘야 한다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딸은 엄마 자신보다도 더 엄마의 감정과 욕구, 욕망을 먼저 알아차린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 딸도 자신의 오빠가 엄마인 내 신경을 건드리거나 엄마 말을 듣지 않는다고 느끼면, 나에게 다가와서 나를 위로하고 나보다 더 오빠를 흉보면서 자신은 엄마 힘들지 않게 오빠처럼 사춘기를 겪지 않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없이 했다.
내 아이가 감정 쓰레기통이 되지 않으려면.
" 그래서 엄마는 나에게 원하는 게 뭐야? 정확히 말해!
" 난 그저 네가 잘 됐으면 좋겠어. 그게 전부야!
위 대사를 보면서 너무 훌륭한 대답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모호한 대답은 아이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한다. 엄마가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쫓아야 한단다. 오히려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자신의 삶 자체를 욕망해야 한다고.
이적의 엄마로 유명한 박해란 선생님이 생각났다. 자신의 공부에 미쳐서 아이들은 그냥 먹이고 입히는 것만 신경 썼는데, 아이들은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들도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해하고 더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도 아이들보다 내 삶 자체를 자꾸 들여다봐야겠다.
종일 혼자 힘들게 육아하는 아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것은 '그 사람이 얼마나 나를 도와 함께 희생했느냐' 보다 '그 사람이 얼마나 나의 고통과 무력감을 이해하게 위해 노력했느냐'이다
홀로 두 연년생을 키우면서 나도 참 많이 힘든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의 남편이 나에게 쓴 메일 한 통이, 내 육아 몇 년의 힘든 고통을 덜어준 기억이 난다. 나의 욕심과 삶의 바둥거림을 이해하고 자신이 더 노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나를 그냥 단순히 사랑한다는 말보다 이해하고 자신이 더 노력하겠다는 그 말에 훨씬 더 깊은 사랑과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어릴 적 엄마에게 원했던 것을 아이에게 주어라.
나의 어린 시절 엄마의 모습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늘 생계를 책임지느라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엄마였다.
그래서 엄마는 항상 우리에게 살갑지 못했던 것 같았고, 삶의 무게가 무겁다 보니 그렇게 다정하지 못하셨다. 나는 그래서 내 딸에게 엄마의 포근함과 살가움을 전해주고 싶다.
가끔 딸은 나를 안고 "엄마 좋아~!"라고 얘기한다.
나는 항상 달려오면 언제나 내 딸 편이 되어 안아줄 자세로 살아갈 생각이다. 언제나 내가 나의 엄마에게 바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