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부클래식 Boo Classics 9
장 자크 루소 지음, 김모세 옮김 / 부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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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는 뭔지 모를 의무감, 마음에 주는 부담을 피하려 무의식적으로 길을 우회했던 일을 떠올리며 웃음을 참지못해 했다. 루소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그 원인을 찾아낼 수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말한다. 사실 원인은 밖에 있고, 우리 마음 속에는 그것에 대한 싫음과 좋음만이 있다는 것, 그 사이에서 출렁대는 얇삽한 마음을 발견하고 그는 웃었던 것 같다.

싫어도 싫다고 못할 때, 루소는 예의상 그렇게 못한듯 한데, 합리화하는 방식 중 하나가 (피할 수 있다면) '가지말하야할 곳'이라 금기시 하는 것이 아닐까? 그곳을 피하다보면 습관화되고 무의식이 된다. '어떤 것'이 싫어서 피하는 것인데 그 이유를 잊게 된다.

루소는 이렇게도 말한다. '내 운명을 농락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배려라는 것이 내게는 완전히 거짓이고 기만적인 것으로 여겨졌기에, 그 선행의 동기는 그들이 나를 유인해 함정에 빠뜨리고자 내미는 미끼일 뿐이다.' 루소가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선행에서 시작했다고 믿은 것이 기만적인 것이었음을 깨닫고는 한 말이다.

루소가 목발 짚은 아이에게 말을 걸고 몇 푼 돈을 준 것이 좋아서였듯이, 어떤 순간 살갑게구는 아이의 행동 때문에 그것이 싫어져 그곳을 피한다. (아이가 루소씨의 선의를 여전히 믿고 있기에) 기만은 피할 때 나타나고, 루소는 그것을 알았을 때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다시 간 것은 아닌 듯하다. 알고는 웃었을 뿐이다. 루소가 아이를 찾아가 솔직하게 싫다고 이야기했다면 그것도 그리 편하지 않았을 게다. 

어떤 곳 출입을 자제해야겠다 생각했다. 의무감이나 책임과 부담을 피하려 가지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냥 그것이, 그런 상황이 피하고 싶고 싫은 것이다. 이런 저런 그럴듯한 이유를 찾는 비겁한 삼류의식에 비웃음을 참지못하겠다. 일도, 나 자신과 사람에 대한 신뢰도 멀어진다. 

함정에 빠진듯하다. 함정에 빠진 사람은 어떤 사람이 그에게 진짜 선행과 배려를 베풀었다 하여도 쉽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불행한 운명의 짐'을 떠안는다. 최근 들은 '내가 배려해서...'라는 말에 구토가 났다. 

이런 말. 선행과 배려, 옳고 그름이 아닌 자기가 좋아서 한 것!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장고 끝의 악수!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이 좋아서'가 판단의 기준이 되면 어떨까!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는 것.

- 루소,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중 여섯번째 산책을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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