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다림에 들다
저 비는 누구의 맨살 위에 온종일 꽃을 그리다 다시 지우고
잎을 매다는가. 빗방울이 만드는 헐거운 그림 꽃. 잘록해진
길바닥은 쓰러진 화병 같다. 오지 않는 순환버스여. 눈이 시
어진다. 노닐다 서성대다, 누가 지금 이 빗속을 걸어오는가
그녀가 섰던 자리에 밀봉된 그리움이 쏟아진다. 슬픈 목
하나가 툭 떨어진다. 웅덩이에 이는 파문(波紋)을 다 건너야
한다. 오지 않는 순환버스여. 가슴속에 물 주름 가득 안고 기
다린다. 온몸이 귀가 되어 눈이 되어 빗방울처럼, 그녀는 지
금 어디로 굴러가시려는가
이윤 시집 <무심코 나팔꽃> - P.39
뭔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아련하고 빗물인지 눈물인지 내 마음이 젖어옵니다.
지하에서 흐르는 물소리랄까요, 저도 지금 어딘지 흘러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시집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온몸이 귀가 되어 눈이 되어 빗방울처럼, 그녀는 지
금 어디로 굴러가시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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