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다림에 들다

 

 

 저 비는 누구의 맨살 위에 온종일 꽃을 그리다 다시 지우고

잎을 매다는가. 빗방울이 만드는 헐거운 그림 꽃. 잘록해진

길바닥은 쓰러진 화병 같다. 오지 않는 순환버스여. 눈이 시

어진다. 노닐다 서성대다, 누가 지금 이 빗속을 걸어오는가

 

 

 그녀가 섰던 자리에 밀봉된 그리움이 쏟아진다. 슬픈 목

하나가 툭 떨어진다. 웅덩이에 이는 파문(波紋)을 다 건너야

한다. 오지 않는 순환버스여. 가슴속에 물 주름 가득 안고 기

다린다. 온몸이 귀가 되어 눈이 되어 빗방울처럼, 그녀는 지

금 어디로 굴러가시려는가


이윤 시집 <무심코 나팔꽃> - P.39





뭔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아련하고 빗물인지 눈물인지 내 마음이 젖어옵니다.

지하에서 흐르는 물소리랄까요, 저도 지금 어딘지 흘러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시집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온몸이 귀가 되어 눈이 되어 빗방울처럼, 그녀는 지

금 어디로 굴러가시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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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ns0111 2021-08-24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지는 시집입니다.
무심코 나팔꽃, 책 제목이 먼저 호감이 가네요
무심코 나는 무엇을 바라볼까요
무심코 그녀는 나팔꽃을 보았나 봐요
다가 가고 싶어요
시인은 무슨 일로 무심코 무심히 그랫을까요 ~
 
무심코 나팔꽃 문학의전당 시인선 266
이윤 지음 / 문학의전당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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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시인의 첫 시집 <무심코 나팔꽃>은

치열했던 삶의 내면이 아프게 드러난 절절한 시편들이네요.

아, 감동적입니다, 시 편편마다 호흡이 느껴지고 시적 운율이 고급스럽습니다.



금간 유리창에 고추잠자리가 입맞춤한다

- ‘가을 창문‘ 첫 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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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ns0111 2021-08-24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지는 시집입니다. 구매해서 꼼꼼히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