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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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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직전까지 그 내용은 물론이고 작가의 주요 페르소나 중 누가 주인공인지조차 극비에 부쳐져 독자들의 엄청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라고 한다. 이전 작가의 작품에 등장했던 경시청의 젊은 엘리트 형사 마쓰미야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함으로써, 일본에서 시리즈 총 판매 부수 1,200만 부를 기록한 ‘가가 형사 시리즈’의 번외편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리즈의 서막인가 하는 궁금증을 또 한번 독자들에게 남겼다고 한다. 


도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얽히고설킨 두 가족의 불행한 과거사가 조금씩 드러나고, 상상을 초월하는 두 가족의 악연과 복잡한 운명에 젊은 형사가 고뇌한다고 한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라는데.  추천사를 보면 
수제 케이크로 이름난 도쿄 지유가오카의 한 카페에서 주인 하나즈카 야요이가 숨진 채 발견된다. 경찰의 탐문 수사에 동네 사람들은 하나같이 '야요이 찻집'은 편안한 쉼터였으며 주인은 따뜻하고 선한 사람이어서 누군가의 원한을 살 리가 없다고 증언한다. 별다른 성과 없이 주변인 조사가 끝나가는 가운데, 한 단골손님이 유독 야요이와 친밀하게 지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수사가 활기를 띠지만 뜻밖의 인물이 자수하면서 갑자기 사건이 일단락된다. 이 살인 사건의 이면에 이대로 끝나선 안 될 뿌리 깊은 무언가가 있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한 담당 형사는 독자적으로 수사를 계속해나간다. 이 형사는 바로 <붉은 손가락>, <신참자>, <기린의 날개>에 등장한 경시청 수사1과의 마쓰미야다. 뒤이어 수사팀의 리더이자, 마쓰미야의 사촌형제인 가가 교이치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2019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끝으로 10권의 ‘가가 형사 시리즈’가 완결되어 애독자들의 아쉬움이 컸는데 <희망의 끈>을 통해 '가가 형사 시리즈'의 스핀오프인가 생각하게해 독자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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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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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파친코를 접한 건 오디오북이었다.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했을때만 해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다가 우연히 오디오북을 듣게 되면서 이 책의 매력에 빠졌다. 그러다 책을 찾아 찬찬히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출판사의 책소개에도 나와있듯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시작해 1989년 일본까지, 선자의 부모세대 이야기부터 선자의 손자세대 이야기까지 4대에 걸쳐 이야기가 진행된다. 책은 선자의 어머니 양진과 함께 허름한 하숙집을 꾸리며 살아가는 열여섯 선자는 일본을 오가며 일하는 생선 중개상인 한수를 만나 처음으로 조선 밖의 더 넓은 세상을 상상하기 시작하지만, 그의 아이를 가진 뒤에야 그가 오사카에 아내와 아이를 둔 남자임을 깨닫고 상심한다. 한편 선자네 하숙집 손님으로 온 목사 이삭은 선자를 자신의 운명으로 여겨 청혼을 하고, 선자는 이삭과 결혼해 오사카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조선인이자 여성으로서 차별과 멸시를 견디며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까지 일해"(338쪽) 자신과 가족을 지켜내야만 하는 선자의 삶은 지난하고도 고되었다. 선자를 둘러싼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방, 한국전쟁, 분단 등 한국 근현대사와 겹쳐지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이니치(재일동포를 일컫는 말)’의 삶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쓴 이민진 작가는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 작가라고 한다. 이민 1.5세대이자 역사 전공자로서 불안정한 국제 정세과 일제 침략이 낳은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에 관심을 갖게 된 작가는, “역사가 함부로 제쳐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며 ‘자이니치’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그 시절에서부터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며, 일본계 미국인 남편과 함께 일본에 머물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인터뷰한 작가는 그때까지 쓴 초고를 모두 버리고 다시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역사적 재앙에 맞선 평범한 개개인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은 재일조선인 3세 ‘솔로몬’에서 ‘선자’로 바뀌었고, 제목은 《모국》 대신 《파친코》가 되었다. 오랜 자료 조사와 인터뷰, 수차례의 집요한 퇴고 끝에, 마침내 “다큐멘터리의 디테일과 뛰어난 소설적 공감이 어우러진 역작”, 《파친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파친코》는 ‘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역사의 거대한 파도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집을 꾸려가는 이민자 가족의 연대기이기 때문이란다. 작가는 책의 제목인 ‘파친코’가 “도박처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불확실성을 뜻함과 동시에, 혐오와 편견으로 가득한 타향에서 생존을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서 파친코 사업을 선택해야 했던 재일조선인들의 비극적 삶을 상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 뿌리내리고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이민자의 삶을 작가는 특유의 통찰력과 공감 어린 시선으로 어루만진다. 가족, 사랑, 상실, 돈과 같은 인생의 모든 문제를 다루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가장 시의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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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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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하다. 기괴한 분위기에 주인공은 특히 더 기괴하다. 처음 이 책을 오디오북으로 먼저 만나서 그런지 여자 주인공의 그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왠지 더 무섭게 느껴지며 이야기에 빠져들게 됐다. 책소개에도 있듯 완전한 행복은 버스도 다니지 않는 버려진 시골집에서 늪에 사는 오리들을 먹이기 위해 오리 먹이를 만드는 한 여자의 뒷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녀와 딸, 그리고 그 집을 찾은 한 남자의 얼굴을 비춘다. 얼굴을 맞대고 웃고 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서로 다른 행복은 서서히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이 기묘한 불협화음은 늪에서 들려오는 괴기한 오리 소리와 공명하며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들은 각자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노력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처럼, 그림자는 점점 더 깊은 어둠으로 가족을 이끈다


주인공은 출판사의 책소개에도 나와있듯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명제에서 출발하면서도, ‘나’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과 부딪치는 순간 발생하는 잡음에 주목한다. 전작들에서 악을 체화한 인물을 그리기까지 악의 본질에 대해 천착했던 정유정은 이번 소설에서는 악인의 내면이 아니라 그가 타인에게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에 초점을 맞춘다. 자기애의 늪에 빠진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 발현되는 일상의 악, 행복한 순간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나가는 방식의 노력이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지를 보여주는지 질문한다. 


정교하게 구성된 상황과 장소, 인물들은 소설적 긴장을 강화하며 압도적 서사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소설 속 공간을 구체화하기 위해 작가는 전문가 인터뷰는 물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 바이칼 호수를 답사하는 등 꼼꼼한 취재를 병행했다. 시베리아의 눈보라 속에서 더 날카로워진 작가의 문장은 올 여름, 인간의 심연, 그 깊고 어두운 늪의 바닥을 정조준하며 ‘행복의 책임’을 되묻는다. 끝까지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마지막 장에서 독자는 작가의 서늘한 목소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행복에도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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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오브 킹즈 QUEEN OF KINGS
탁윤 지음 / 이층집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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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이건 전혀 예상못한 전개의 연속이었다. 평상시처럼 처음을 가볍게 넘기며 어떤 이야기인가 가늠하며 프롤로그와 첫 장 두째 장을 넘겼는데 알고보니 단순 왕권 다툼이 아니었다. 맨 처음부터 이야기의 복선과 반전이 곳곳에 숨어있었을 뿐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왕좌를 둘러싼 권력다툼 뿐아니라 저 이면에선 모종의 음모가 차근차근 준비되는 모습까지 오브리엘을 둘러싼 주변상황이 별일 아닌 듯 흘러가다 휘몰아치는 전개에선 작가의 필력이 보통이 아니구나, 이래서 왓패드에서 23회나 1위를 하는 저력을 발휘했구나 싶었다. 원치 않는 왕좌. 남의 것인 왕관. 그리고 그녀를 죽이고 싶어하는 숱한 권력자들. 퀸 오브 킹즈는 어느 날 갑자기 16개 왕국을 통치하는 왕위에 오른 평민 출신 여왕 오브리엘의 생존을 건 대서사극을 그리고 있다. 책소개에서 여기까지만 봤을 땐 흔히 보아왔던 왕권을 둘러싼 권력다툼 이야기인데 그 중심에 왕이 아닌 여왕이 있는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말이다. 여기에 더해 절대 가까이 할 수 없는 이들이 적에서 연인으로 가는 과정의 전개와 반전이 펼쳐져 나의 상상력을 분발해야겠구나 싶어지기도 했다. 이야기 전개나 구조가 평상시 보던 흐름이 아니라 처음엔 솔직히 당황했다. 사람의 상상력이라는게 이렇게 놀랍게 확장될 수 있구나 싶기도 했다. 이 소설이 영화로 꼭 만들어지면 좋겠다. 트와이라잇이나 헝거게임처럼 탁윤 작가의 세계관을 좀 더 볼 수 있는 판타지 시리즈물이 계속 나오길 기대한다. 그나저나 책에 언급된 용어들이나 여러 어원을 찾아보다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작품에서 보여진 무한상상력과 압도적인 필력만큼이나 식물의 효능부터 신화와 어원에 이르기까지 평소에 정말 많은 것을 공부하고 생각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한국어로 출간한 첫 책이라니 앞으로도 신작을 즐겁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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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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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있는 책표지와 달리 빨치산 아버지라는 말에 처음엔 낯설었다. 지금 우리에겐 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인 듯도 하지만 역사 안에 산 인물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했다. 추천사를 보면 매력적인 작가의 글에 대한 소개가 잘 나온다. 박혜진 아나운서는 이렇게 평가했다. 배척과 갈등의 말, 금기어로 여겨져온 ‘빨갱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유령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시절을 보낸 이들의 세계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만나는 얽히고설킨 사연들에 빠져들다보면 그들이 빨갛지도 파랗지도 않은, 그저 저마다의 삶을 꾸려온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무채색의 크고 작은 파문을 서로에게 일으키며 한 시대를 함께 건너온 이들에게서, 이념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결국엔 나약하고 또 강인한 우리 인생이 보인다. 정지아의 소설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김미월 소설가 역시 높게 평가했다. 소설을 읽고 운 것이 대체 얼마 만의 일인가. 빨려들듯 몰입하여 책 한권을 앉은자리에서 다 읽은 것은 또 얼마 만인가. 책장을 덮고 나서도 먹먹한 가슴을 어쩌지 못해 나는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이라는 사건 하나로 잊히거나 지워진 우리 현대사의 상흔들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펼쳐놓고 관련 인물들을 죄다 불러내 각각의 사연을 풀어놓는, 그것들이 종으로 횡으로 오지랖 넓게 뻗어나가다 결국은 헤쳐 모여 이미 소멸한 아버지를 불멸의 존재로 소생시키는, 이런 소설은 어떻게 쓰는 것일까. 


서글프지 않은 일화가 없는데 실실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있고, 억울하지 않은 삶이 없는데 울분이 솟다 말고 ‘긍게 사램이제’ 한마디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런 소설은. 정지아의 전작을 따라 읽어왔으니 이만하면 성실한 독자라 자부할 만한데도 나는 모른다. 그가 등단작부터 천착해온 주제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책을 펼쳤는데도 어찌하여 처음 보는 내용인 듯 순식간에 빠져들게 되는지, 어찌하여 새삼스레 경탄하고 오히려 더 깊이 감화하게 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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