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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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신작이라니 반갑다. 책속 글귀에 마음이 닿는다. 김연수 작가는 이전까지는 다작 작가로 알려졌는데 그간 어쩐 일인지 알 수 없는 일들로 인해 그의 작품들을 만날 기회가 드물었다. 그런 가운데서 나온 책은 그의 여섯번째 소설집이어서더욱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의 여러 상황 속에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계속되는 환경 속에서 그는 소설 외에 다른 글쓰기에 몰두하며 그 시간을 신중하게 지나왔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이 삶을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아름답고 서정적 언어로 설득해내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의 글읽기를 통해 새로운 삶의 단면들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시작을 여는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세계의 끝과 사랑의 시작이 어떻게 함께 놓일 수 있는지 보여주며 ‘미래’를 키워드로 두 개의 이야기가 맞물려 진행된다.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금희 소설가는 평했다. 고독에도 명암이 있다면 그건 허공을 관통하는 한줄기 빛일 것이다. 무게가 없고 부피가 채워지지 않으며 소리도 없지만 현실을 “영원히 흔들리고 출렁”이게 할 하나의 실선. 이 소설집에서는 그런 고독이 두려움으로, 기억의 일렁임으로, 더 나아가 용기와 사랑의 힘으로 변화한다.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빛을 선택하기로” 한 사람들이 어린 사슴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걷고 있다. 누구나 김연수의 ‘얼굴’을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말 그럴까. 최근 한국사회가 맞닥뜨린 공동체적 불행과 패배에 대해, 김연수는 그만의 깊숙한 언더라인들을 새롭게 긋고 있다. 


이야기하기 위해 오늘의 수난을 견디는 최후의 바르바라처럼, 우리의 슬픔을 영원히 기억할 단 한 사람의 연인처럼. 문학평론가 박혜진 역시 평가했다. 유한한 육체의 시간 속에서 비관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김연수는 무한한 정신의 시간 속에서 낙관할 수 있는 “깊은 시간의 눈”에 대해 말한다. 깊은 시간의 눈 속에는 나에게 들어온 타인이 있고 나를 품은 타인이 있다. 나와 타인이 섞이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인생의 행과 불행에 새로운 의미가 생겨나는 시간이다. 미래를 기억하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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